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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안에 든 게 뭐야?' 그림책 놀이 (촉감놀이, 포인트, 확장, 효과)

by seulki87 2026. 5. 4.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처음엔 색깔 카드나 플래시 카드 같은 교구부터 찾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가장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건, 빨간 가방 하나였습니다. 김상근 작가의 그림책 '가방 안에 든 게 뭐야?'를 활용한 놀이 활동이었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몰입할 거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자 김상근,그림 김상근, 출판 한림출판사, 발행 2015.06.25.

가방 안에 든 게 뭐야 그림책 놀이, 촉감놀이로 시작하는 사전 활동

그림책을 펼치기 전에, 저는 먼저 빨간 가방 하나를 들고 교실 앞에 섰습니다. 안에는 수세미, 머리 집게 핀, 실리콘 냄비 손잡이를 하나씩 넣어뒀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눈을 감고 손을 넣어서 만져보게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이 활동은 촉각 변별력(tactile discrimination)을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촉각 변별력이란 손끝의 감각만으로 사물의 형태, 질감, 크기 등을 구분해 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시각 정보 없이 물체를 인지하는 것은 성인도 쉽지 않은데,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낯선 경험입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눈을 감고 수세미를 만지니 처음엔 스펀지인지 빨래 솔인지 구분이 잘 안 됐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손을 넣고 나서 답을 말하면, 같은 물건인데도 "인형 같아요", "지우개 같아요", "쿠션이에요!"라며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틀려도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정답을 맞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가 가진 정보와 감각을 총동원해서 추측하는 과정 자체가 활동의 핵심이니까요.

 

물건을 고를 때는 아이들이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주방 용품이나 생소한 생활 소품을 넣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아이들이 익숙하게 아는 물건은 금방 맞혀버려서 탐색하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낯선 사물일수록 손 안에서 더 오래 굴려보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림책 속 상상력 자극 포인트

사전 활동이 끝나면 그림책 '가방 안에 든 게 뭐야?'를 함께 읽습니다. 표지를 펼쳤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가방을 메고 급하게 달려가는 개구리 뒤로, 다람쥐, 원숭이, 토끼, 곰이 쫓아오는 장면이 앞뒤 면지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거든요.

유아교육에서 그림책의 표지와 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그림책 읽기 전 예측 활동(pre-reading prediction)'이라고 합니다. 예측 활동이란 본문을 읽기 전에 표지, 제목, 그림을 보며 내용을 미리 추측해 보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은 독해 이해도와 어휘 습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교실에서 해보면 아이들이 본문에 훨씬 더 집중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림책을 펼치기 전에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네가 다람쥐라면, 저 가방 안에 뭐가 들어 있을 것 같아? 토끼라면? 곰이라면?" 각 동물의 입장에서 상상해보게 하는 이 질문은 조망 수용(perspective-taking)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조망 수용이란 자기 자신의 시각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인지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사회성 발달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유아기에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이 질문 하나만으로 아이마다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고, 서로의 생각을 들으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라는 반응도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다름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경험을 억지로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 활동의 매력이었습니다.

활동지와 수수께끼 놀이로 확장하기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 바로 끝내기 아깝습니다. 저는 활동을 더 이어가기 위해 A4 용지를 6등분으로 접어 작은 카드처럼 만들었습니다. 각 면에 힌트를 하나씩 적어두고 하나씩 열어가면서 수수께끼를 맞히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힌트들을 순서대로 열어갑니다.

  • 나는 동그란 모양이에요.
  • 나는 겉과 속이 달라요.
  • 나는 여름에 자주 먹어요.
  • 나는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어요.
  • 나는 달콤하고 시원해요.
  • 나는 씨가 있어요.

아이들이 힌트를 하나씩 들으면서 점점 정답에 가까워지는 그 긴장감을 정말 즐거워했습니다. 제가 직접 진행해 봤는데, 두 번째 힌트에서 "수박이요!"라고 외치는 아이도 있었고, 끝까지 "참외요!"를 고집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다 재미였습니다.

 

이런 수수께끼 구성 방식은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과 연결됩니다. 메타인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파악하고 조절하는 사고 능력을 말합니다. 힌트를 하나씩 들으며 자신의 예측을 수정해 가는 과정이 바로 이 능력을 자연스럽게 훈련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유아의 메타인지 발달은 이후 학습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그림책 앞면지와 뒷면지의 차이를 찾아보는 활동도 추천합니다. 빨간 가방의 개수가 달라져 있는 등 세밀한 변화가 있어서, 아이들이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이 그림책 활동이 효과적인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방 하나와 그림책 한 권으로 이렇게 다양한 활동이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한 놀이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반응이 점점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맞추는 데에만 집중하던 아이들이, 점점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촉감이나 소리를 근거로 이야기했고, 또 다른 아이는 이전 경험을 떠올리며 설명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저는 이 활동이 단순한 흥미 유발을 넘어서, 아이들의 사고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아기는 다양한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시기이며, 여러 감각을 함께 사용하는 경험이 인지 발달과 정서 조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에서도 감각을 활용한 놀이 경험이 언어 발달과 인지 능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순간은, 아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듣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너는 다르게 생각했구나”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교실 안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정답을 맞히는 활동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활동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활동을 계속하게 됩니다.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그림책 놀이를 아직 시도해보지 않으셨다면, 내일 당장 가방 하나만 준비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게 시작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깊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d_W87jr6Mo&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index=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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