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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괴물이 뭐래?' 그림책 놀이 (걱정, 감정놀이, 작게 만드는 힘)

by seulki87 2026. 5. 12.

아이들의 걱정과 불안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도 높게 느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실제로 제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걱정 괴물이 뭐래?』를 읽고 나서 가장 놀랐던 것은, 평소 조용하던 아이가 "제 걱정 괴물은 엄청 크고 까매요"라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한 마디가 이 그림책의 힘을 실감하게 해 줬습니다.

 

 

저자 앨리슨 에드워즈, 그림 아이샤 엘. 루비오, 번역 최은하, 출판 갈락시아스, 발행 2019.05.15.

 

걱정 괴물이 뭐래? 그림책 놀이, 걱정을 '괴물'로 표현하면 아이들이 달라진다

 

그림책 『걱정 괴물이 뭐래?』는 마음속 걱정을 괴물의 형태로 가시화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것이 단순한 그림책 구성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유아교육 현장에서 직접 활용해 보니 효과가 꽤 달랐습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발달 중입니다. 여기서 '정서 표현 능력(emotional expressiveness)'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 상태를 언어나 행동으로 외부에 드러내는 능력을 뜻합니다. 이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불안하거나 걱정될 때 말 대신 신체 증상이나 행동 변화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6세 이하 아동의 상당수가 정서적 어려움을 언어보다 행동으로 먼저 표출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그림책은 걱정을 '괴물'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치환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이 추상적인 감정을 시각적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걱정이 뭐야?"라고 물으면 대부분 대답을 못 하던 아이들이 "걱정 괴물은 어떻게 생겼어?"라고 물으면 즉각 반응했습니다. "뾰족한 이빨이 있어요", "눈물을 흘려요", "혼날 때 나타나요"처럼 구체적인 묘사가 쏟아졌습니다.

 

걱정을 억눌러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조금 다른 입장입니다. 걱정 자체는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이고, 그것을 인정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비로소 조절도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감정놀이로 연결했을 때 벌어지는 일

 

그림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는 이후 아이들과 직접 '걱정 괴물'을 만드는 활동으로 이어갔습니다. 점토, 색종이, 그림 재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걱정 괴물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활동에서 제가 관찰한 것은 정서적 외재화(emotional externalization) 효과였습니다. 정서적 외재화란 내면에 머물던 감정을 외부의 사물이나 이야기로 꺼내는 심리치료적 접근 방식으로, 감정과 자신을 분리해서 바라보게 도와줍니다. 쉽게 말해, 걱정이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기 저 괴물'이 되는 순간, 아이는 그 감정을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만들기 활동 중에 아이들이 서로의 괴물을 보며 "나도 그런 걱정 있어"라고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처음에는 표현을 꺼리던 아이들도 친구의 괴물을 보고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유아교육에서 자주 언급되는 또래 모델링(peer modeling), 즉 또래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배우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입니다.

 

걱정인형 만들기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으냐는 아이의 연령과 손 기능 발달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할 수 있는 핵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3~4세: 털실이나 점토처럼 자유롭게 주무르는 재료가 소근육 발달에 적합합니다.
  • 5~6세: 한지를 꼬아 줄 만들기, 색종이 접기 등 조금 더 세밀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 7세 이상: 가위질과 풀 붙이기를 조합한 액자 만들기까지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보다 과정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완성된 인형보다 만드는 동안 나눈 이야기가 훨씬 더 큰 교육적 가치를 가졌습니다.

 

걱정을 '작게 만드는 힘'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가

 

그림책은 걱정거리를 이겨낼 때마다 걱정 괴물이 작아진다는 설정을 통해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가 정립한 개념입니다. 이 믿음이 형성되어야 아이는 걱정에 압도되지 않고 실제로 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저는 만들기 활동 이후에 "걱정 괴물을 작게 만드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해하던 아이들이 점차 "친구한테 말하면 돼요", "선생님한테 도움 요청하면 되잖아요", "심호흡하면 조금 나아져요"라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나갔습니다. 이 과정이 단순한 감정 교육을 넘어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걱정을 다루는 방법을 어른이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떠올리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합니다. 교육부의 유아교육 지원 자료에서도 정서 조절 능력은 지식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내면화되는 역량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놀랍습니다. 읽기, 만들기, 이야기 나누기, 이 세 단계가 맞물릴 때 아이들의 정서 표현이 훨씬 풍부해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걱정 괴물이 뭐래?』는 그림책으로서의 완성도뿐 아니라, 그 이후 활동으로 연결되는 확장성이 높은 책입니다. 아이가 요즘 부쩍 말이 없거나, 특정 상황에서 긴장을 많이 한다면 이 책을 한번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읽고 난 뒤 "너의 걱정 괴물은 어떻게 생겼어?"라고 한 마디만 건네도,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올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6oc3aeALpA&list=PL8WrQ8pZVX9gJMZCq4CeQU7YN2jjy1Tk5&inde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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