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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피아저씨의 뱃놀이' 그림책 놀이 (동극활동, 규칙교육)

by seulki87 2026. 4. 30.

저자 존 버닝햄, 그림 존 버닝햄, 번역 이주령, 출판 시공주니어, 발행 2017.01.10.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처음에 이 그림책을 '배가 뒤집히는 이야기' 정도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직접 아이들과 함께 펼쳐 놓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사고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존 버닝햄의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는 약속을 어겼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그림책을 어떻게 역할놀이로 확장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나눠보겠습니다.

 

검피아저씨의 뱃놀이 그림책 놀이, 역할놀이로 확장한 동극활동 현장

 

그림책 수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접근법 중 하나가 바로 동극활동(dramatic play)입니다. 동극활동이란 그림책 속 이야기를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연기하며 재현하는 활동으로,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훨씬 깊이 내용을 내면화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제가 직접 진행해 봤는데, 준비 과정부터 예상과 달랐습니다. 의자를 이어 붙여 배 모양을 만들고 아이들이 차례로 타는 방식을 썼는데,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 자체를 벌써 놀이처럼 즐기더라고요. 검피 아저씨 역할을 맡은 아이가 "뛰면 안 된다", "싸우면 안 된다"라고 조건을 달면서 친구를 태우는 장면에서는, 그 조건들이 아이 입에서 나왔음에도 스스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놀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일부러 몸을 흔들고 "배가 뒤집힌다!"라고 외치는 아이들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했는데, 이 장면이 오히려 가장 중요한 학습 순간이었습니다. 배가 '뒤집혔다'라고 설정한 뒤 모두 바닥에 앉고, 잠시 후 다시 다 같이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과정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됐거든요.

 

이후 아이들과 "왜 배가 뒤집혔을까?"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았습니다.

  •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해서
  • 검피 아저씨 말을 안 들어서

이 세 가지 답이 나왔을 때 저는 따로 설명을 보탤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몸으로 경험한 뒤 스스로 도달한 결론이었으니까요.

유아교육에서 이런 방식을 '체험 중심 학습(experiential learning)'이라고 부릅니다. 체험 중심 학습이란 직접 경험을 통해 지식과 태도를 구성하는 교육 방법으로, 단순 전달 방식보다 장기 기억과 내면화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유아기에는 이런 방식이 특히 강력하게 작용합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규칙교육으로서의 그림책 활용 가능성

 

이 그림책이 규칙 교육에 효과적인 이유를 두고, 저는 처음에 단순히 "배가 뒤집히는 결과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해보니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결과보다 오히려 그 이후, 즉 물에 빠지고도 함께 웃으며 차를 마시는 장면이 아이들에게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규칙 교육에서 자주 등장하는 접근 방식 중 하나가 '결과 기반 접근(consequence-based approach)'입니다. 결과 기반 접근이란 규칙을 어겼을 때 따르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규칙 준수 동기를 형성하는 방식인데, 문제는 이 방식이 지나치면 아이들이 규칙을 '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그림책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속을 어긴 결과는 분명히 보여주지만, 그 이후에 검피 아저씨가 화를 내거나 벌을 주는 대신 "다음에 또 놀러 오렴"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규칙의 목적이 처벌이 아니라 함께 즐겁고 안전하게 지내기 위한 것임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거든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규칙 지켜야 해"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보다, 이 그림책 한 권을 읽고 역할놀이 한 번을 하는 것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놀이 중에 스스로 "우리 약속했잖아!"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면서 그걸 확인했습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사회정서학습(SEL, Social Emotional Learning)이 유아기 규범 인식 형성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관련 연구에서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습니다. SEL이란 자기 조절, 공감, 관계 기술 등 사회적·정서적 역량을 기르는 교육 접근법으로, 유아기부터 체계적으로 적용할수록 사회 적응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활동을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림책 읽기 전 표지 그림으로 등장인물 예측하기
  • 반복 문장을 소리 내어 따라 읽으며 귀에 익히기
  • 동극활동 전 등장인물 카드로 이야기 순서 복습하기
  • 역할놀이 후 "왜 배가 뒤집혔을까?" 나눔 시간 갖기
  • 개인 활동지(배 접기)에 교실 약속 한 가지씩 적어 모으기

이 흐름 중에서 제가 특히 중요하다고 느낀 건 네 번째, 즉 놀이 이후 나눔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몸으로 겪은 직후에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 어떤 설명보다 생생하게 와닿더라고요.

 

그림책 수업에서 자연스러운 반복 노출과 몸으로 체험하는 활동이 결합될 때 유아들의 이해가 훨씬 깊어진다는 걸 이 수업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으로 외우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든 약속'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그림책을 활용해 보신다면,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가져갈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HplReyXIGM&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 index=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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