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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그림책 놀이 (상상력 확장, 요리 활동)

by seulki87 2026. 5. 13.

저자 백희나, 출판 한솔수북, 발행 2019.12.05.

 

 

비 오는 날 교실에서 아이들이 창문 너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저는 자연스럽게 책장에서 구름빵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날의 선택이 제가 유아교육 교사로서 경험한 가장 생생한 수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림책 한 권이 상상 놀이와 요리 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구름빵 그림책 놀이, 그림책이 상상력 확장으로 이어지는 순간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은 일반적인 삽화 방식과 다릅니다. 이 책은 입체 조형물을 실제로 제작하고 촬영하는 스톱모션 기법에 가까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반입체 빛그림 기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빛그림이란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피사체를 촬영하여 완성하는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단순한 일러스트가 주지 못하는 질감과 온도를 화면 안에 담아냅니다. 처음 이 책을 아이들 앞에서 펼쳤을 때, "빵이 진짜 같아요"라고 외친 아이의 반응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게 바로 이 기법의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수업에서 써봤는데, 이 책의 효과는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구름으로 빵을 만든다는 설정 자체가 아이들의 상상력 확장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상상력 확장이란 기존에 알고 있는 개념을 낯선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인지 활동을 말하는데, 유아기에 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창의성 발달의 핵심이라는 것은 유아교육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온 사실입니다. 실제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고시한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도 "상상하기와 창의적으로 표현하기"는 예술 경험 영역의 핵심 목표로 명시되어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누리과정 포털).

 

그 날 저는 책을 다 읽은 뒤 아이들에게 딱 하나만 물었습니다. "구름빵은 어떤 맛일까?" 그러자 쏟아지는 대답이 예상을 훌쩍 넘었습니다. "솜사탕 맛이요", "달콤한 우유 맛이요", "아무 맛도 안 나요, 공 기니 까요"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 즉 하나의 질문에서 다양한 답을 자유롭게 도출하는 사고방식은 창의성 교육에서 가장 핵심적인 훈련 요소입니다. 교사가 정답을 유도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 이 훈련을 해냈습니다.

 

이후 흰 점토와 솜을 이용한 구름빵 만들기 조형 활동으로 연결했습니다. 아이들은 동글동글하게 빚은 빵을 접시에 담아 친구에게 건네며 자연스럽게 역할놀이로 넘어갔습니다. "이걸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어요!"라며 몸을 흔들던 아이의 모습은 그림책 속 세계가 아이의 몸으로 체화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그림책 연계 활동을 계속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그림책이 상상 놀이로 확장될 때 핵심이 되는 교육적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발산적 사고 자극: 열린 질문을 통해 정해진 답 없이 자유롭게 상상하게 한다
  • 정서적 공감 형성: 가족이 함께 빵을 나누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따뜻한 감정을 체험한다
  • 신체 표현 연결: "날 것 같다"는 상상이 몸을 움직이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 또래 상호작용 촉진: 역할놀이를 통해 사회적 언어와 협력 경험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오감 자극 요리 활동이 학습에 미치는 효과

 

그림책 활동 이후 실제 요리 활동을 연결하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반죽을 손으로 만지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집중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이는 오감 자극(Sensory Stimulation), 즉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다섯 가지 감각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자극 방식이 뇌의 학습 회로를 더 넓게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유아기의 오감 자극은 신경 시냅스 형성을 촉진하고, 이후 언어 발달과 인지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계란빵 만들기는 이 목적에 꽤 잘 맞는 활동입니다. 핫케이크 가루와 우유를 섞어 반죽을 만들고, 종이컵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5~6분 돌리면 완성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아이들이 직접 반죽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거품기로 충분히 저을수록 글루텐(Gluten) 구조가 형성되어 빵이 더 잘 부풀어 오릅니다.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과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망구조로, 빵이 부풀고 모양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개념을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저으면 빵이 커진다는 경험 자체가 자연스러운 과학적 탐구가 됩니다.

 

종이컵 안쪽에 식용유를 바르는 과정도 그냥 넘기기 아깝습니다. 이것은 이형제(Release Agent) 역할인데, 이형제란 재료가 용기에 달라붙지 않도록 분리를 돕는 물질을 뜻합니다. 붓으로 바르든 비닐장갑을 끼고 손으로 바르든, 이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하면 손의 소근육(Fine Motor Skills) 발달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소근육이란 손가락과 손목의 작은 근육군을 가리키며, 이후 쓰기, 그리기, 가위질 같은 도구 사용 능력의 기반이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완성된 빵을 꺼내 아이들 앞에 놓았을 때 "구름빵이랑 같아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제가 유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림책 속 이야기가 실제 경험과 연결되면서 아이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런 자기주도적 의미 생성은 교사가 설명으로 만들어줄 수 없습니다. 직접 만들고, 냄새 맡고, 맛보는 과정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연계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그림책 먼저, 상상 활동 다음, 요리 활동 마지막 순서를 지킬 때 아이들이 활동의 맥락을 이해하고 훨씬 몰입합니다. 순서를 바꾸면 요리 자체는 재밌어도 그림책과의 연결 고리가 약해지더라고요.

 

그림책과 요리 활동을 연결해 경험한 뒤로, 저는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이렇게 확장하는 방식이 아이들에게 훨씬 오래 남는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구름빵 한 권이 상상 놀이, 조형 활동, 역할놀이, 요리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그림책이 얼마나 풍성한 교육 자원인지를 보여줍니다. 비 오는 날 아이들과 함께 구름빵을 펼치고, 이어서 계란빵을 만들어보는 하루를 한 번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4KzCqPc_pEY&list=PL8WrQ8pZVX9gJMZCq4CeQU7YN2jjy1Tk5&index=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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