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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활동게임 (주의집중력, 효과, 분위기, 경쟁보다 과정)

by seulki87 2026. 6. 8.

유아 교육 현장에서 "왜 이 아이는 5분도 못 앉아 있지?"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오랫동안 이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림책을 읽고 난 뒤 몸으로 이야기를 재현하는 활동을 시도해 봤는데, 그날 이후로 집중력에 대한 생각이 꽤 바뀌었습니다. 그림책과 신체활동을 결합했을 때 유아의 주의집중과 자아존중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제 연구 결과와 제 경험을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활동게임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활동게임, 주의집중력- 앉혀두는 것만이 답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의집중력을 "얼마나 오래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가"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아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관찰해 보니, 같은 아이도 활동에 따라 집중하는 모습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던 아이가 몸을 움직이는 놀이가 시작되자 누구보다 규칙을 잘 기억했고, 반대로 평소 차분하던 아이가 흥미 없는 활동에서는 금세 주의를 잃기도 했습니다.

 

사실주의집중(attention)이란 단순히 움직임을 억제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여러 자극 가운데 필요한 정보에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인지 능력을 의미합니다. 즉, 중요한 것은 아이가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느냐가 아니라 무엇에 집중하고 있느냐입니다.

 

최근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ADHD란 주의력 부족, 과잉행동, 충동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신경발달적 특성을 말합니다. 하지만 모든 산만함을 ADHD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유아기의 주의집중은 활동의 흥미도와 참여 방식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가 의미를 느끼는 활동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지점에서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활동게임이 주목받습니다. 그림책 속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행동의 이유와 목적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뛰어보자", "멈춰보자"가 아니라 "토끼가 숲을 지나가요", "곰이 잠에서 깨어났어요"와 같은 이야기 맥락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장면에 몰입하게 됩니다. 신체 움직임이 이야기와 연결되는 순간, 활동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역할놀이가 됩니다.

 

제가 실제 수업에서 느낀 것도 비슷했습니다. 평소 집중이 짧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그림책 속 주인공이 되어 움직일 때는 놀라울 만큼 규칙을 잘 기억했습니다. 다음 장면을 기다리고, 친구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행동을 조절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교사가 "집중해!"를 반복해서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 속 단서를 찾으며 집중하는 것입니다.

 

결국 유아의 주의집중력은 아이를 얼마나 오래 앉혀두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는 맥락을 제공하느냐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활동게임은 바로 그 점에서 강점을 갖습니다. 아이들은 움직이면서도 집중하고, 집중하면서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사실험설계로 검증한 효과, 숫자가 말해줍니다

 

해당 연구는 유사실험설계(quasi-experimental design)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유사실험설계란 무작위 배정이 어려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나누되, 통계적 방법으로 초기 조건의 차이를 보정하여 개입 효과를 추정하는 연구 방식입니다. 서울 소재 두 초등학교병설유치원의 만 4~5세 유아 40명을 대상으로, 실험집단 20명에게는 8주간 주 2회, 총 16회의 그림책 활용 신체활동게임을 진행했습니다.

 

통계 분석에는 공변량분석(ANCOVA)이 사용되었습니다. ANCOVA란 사전 검사 점수를 공변인으로 설정하여 두 집단 간 사전 차이를 통계적으로 제거한 뒤, 순수한 개입 효과만을 비교하는 분석 기법입니다. 결과적으로 실험집단 유아들의 주의집중 점수는 통제집단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고, 자아존중감 하위 요소 중 정서적 자아와 학문적 자아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었습니다.

 

저는 이 연구 구조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신체활동이 좋다"는 수준을 넘어, 그림책의 감정이입 요소가 함께 작동할 때 효과가 배가된다는 점입니다. 신체 움직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정서적 자아 영역의 변화가 그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에서 활용한 자아존중감 측정 도구에서 확인된 주요 개선 영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서적 자아: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능력
  • 학문적 자아: 배움과 과제 수행에 대한 자기 효능감
  • 사회적 자아: 또래 관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
  • 가족 자아: 가족 나 자신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인식

이 중 정서적 자아와 학문적 자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이 나타났다는 점은, 그림책이 가진 공감 유발 기능과 게임의 성취 경험이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로 보입니다.

 

동물 흉내 게임 하나가 바꿔놓은 분위기

 

제가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활동게임의 효과를 가장 크게 느꼈던 순간은 동물 흉내 장애물 놀이를 진행했을 때였습니다. 동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함께 읽은 뒤, 아이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각 동물의 움직임을 따라 하며 장애물 코스를 통과했습니다. 토끼처럼 두 발을 모아 깡충깡충 뛰고, 곰처럼 천천히 걸으며 균형을 잡고, 새처럼 양팔을 펼쳐 날갯짓을 하며 이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신체놀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활동을 시작해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평소 집중이 짧아 설명 시간에 자주 자리를 이탈하던 아이가 그날은 끝까지 규칙을 들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동물이 되어야 하는지, 다음에는 어떤 동작이 나오는지 기억하며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림책 속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놀이의 목적과 맥락을 제공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평소 소극적이던 아이의 변화였습니다. 장애물 코스를 무사히 통과한 뒤 친구들이 박수를 보내자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 저 다시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는 이전까지 활동에 참여하기 전부터 "저는 못해요"라고 말하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성공 경험을 한 번 얻고 나자 스스로 다음 도전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합니다. 유아는 반복적인 성공 경험을 통해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자아존중감(self-esteem) 발달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자아존중감이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평가하는 전반적인 감정이라면, 자기 효능감은 그 믿음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활동게임의 장점은 여기서 드러납니다. 빠르게 뛰거나 운동을 잘하는 아이만 성공하는 구조가 아니라, 이야기 속 역할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성취 경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운동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아이도 자연스럽게 성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활동이 끝난 뒤에는 소감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매번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과 "친구가 잘한 점 한 가지"를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자 "○○가 토끼처럼 정말 잘 뛰었어요", "△△가 넘어졌는데 다시 도전했어요"처럼 구체적으로 친구를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교실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경쟁보다는 응원이, 비교보다는 격려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결국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활동게임의 가치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따라 움직이며 집중력을 기르고,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친구의 성장을 응원하며 긍정적인 또래 관계까지 경험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경쟁보다 과정, 교사의 설계가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이라 하면 이기고 지는 결과를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조심스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승패가 전면에 나설 경우, 일부 유아는 오히려 참여 자체를 회피하거나 패배 후 자아존중감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가 제시하는 활동 설계 원칙이 바로 이 우려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지나친 경쟁보다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유아 각자의 발달 수준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하며, 정적 활동과 동적 활동을 번갈아 배치하는 구성이 핵심입니다. 교육부 유아교육 가이드라인에서도 유아의 신체놀이는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제 경험상 교사가 게임 중에 어떤 언어를 쓰느냐도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누가 이겼어요?"보다 "다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동작이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훨씬 풍부해졌습니다. 그림책 속 이야기가 공유된 경험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움직임을 이야기의 일부로 연결 지어 표현했습니다.

 

그림책 선정 기준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가족, 친구 관계, 용기 같은 주제를 담으면서 등장인물의 움직임이나 소리를 직접 흉내 낼 수 있는 이야기가 신체활동으로의 연계가 자연스럽습니다. 주인공의 행동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감정까지 체험하게 되고, 이것이 정서적 자아 영역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로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활동게임이 단순히 "재미있는 활동" 하나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교사가 이야기 선정부터 마무리 소감 나눔까지 의도를 가지고 설계해야 합니다. 저는 이 방법을 써보면서 집중력은 억제보다 몰입에서 자란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유치원 교실에서 유아의 주의집중과 자아존중감을 함께 다루고 싶다면, 그림책 한 권과 작은 신체 활동이 생각보다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210.125.93.15/public_resource/pdf/000000005854_2026060816362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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