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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유아의 수학 개념 형성에 미치는 영향 (효과적, 현장, 결과)

by seulki87 2026. 5. 27.

유아 수학 개념 형성

 

그림책으로 수학을 배운 아이들의 수학개념 점수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p <. 001)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막상 현장에서 그 차이를 직접 목격하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강한 효과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림책 한 권이 수학 학습지 수십 장보다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이 유아의 수학 개념 형성에 미치는 영향, 왜 그림책이 수학개념 형성에 효과적인가

 

유아에게 수학은 추상적인 기호의 세계입니다. 숫자 '3'이 무엇인지 머릿속으로 그리기 전에, 사과 세 개를 손으로 짚어보는 경험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림책은 바로 그 '경험'을 이야기 형태로 제공합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수학적 표상활동(mathematical representation activity)이란, 유아가 수학적 상황을 그림, 말, 숫자나 기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표현해 보는 교수-학습 활동을 말합니다. 단순히 그림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 속 장면을 자기 방식으로 다시 그려보거나 블록으로 재구성하거나 말로 설명하는 과정 전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저도 현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동물들이 줄을 서는 그림책을 읽은 뒤 아이들과 순서와 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 아이가 "토끼 다음에 곰이 와야 해"라고 말하며 블록을 직접 세워 순서를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단순한 놀이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는 서수(序數) 개념, 즉 순서를 나타내는 수의 개념을 스스로 체화하고 있었던 겁니다.

 

NCTM(전미수학교사협의회)은 표상을 수학 학습의 핵심 과정 중 하나로 규정하며, 유아기부터 다양한 방식의 수학적 표현을 경험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NCTM). 그림책은 이 표상 경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매개체로서 현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갖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해보니 달랐던 점

 

저는 그림책을 활용한 수학 활동을 실제로 여러 차례 진행해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도형이나 패턴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읽고 나서 색종이나 블록으로 같은 모양을 만들어 보는 활동을 했을 때, 아이들의 집중도가 수학 학습지 활동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그림책 속 구불구불한 길 모양을 따라 직접 선을 그려보던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위치와 방향을 가리키는 공간 개념을 선 하나로 표현하고 있었고, 옆에서 "이 길은 오른쪽으로 꺾여"라고 말하며 방향어까지 자연스럽게 사용했습니다. 공간 개념(spatial concept)이란 위치, 방향, 거리 등 사물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배치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데, 이 아이는 그림책 한 장면에서 그것을 몸으로 익히고 있었던 셈입니다.

 

또 다른 아이는 이야기 속 상황을 숫자로 바꾸어 "사과가 하나 더 많아졌어"라고 말하며 수 세기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학습지로는 거의 보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는 시도 자체에서 개념이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분류개념과 공간 및 시간개념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분류개념(classification concept)이란 모양, 색, 크기 등 특정 기준에 따라 사물을 묶고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그림책 속 다양한 사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이건 빨간 거, 이건 파란 거"로 나누는 행동이 바로 이 분류개념이 작동하는 순간입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수학적 표상활동의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림책 읽기 및 탐색: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며 수학적 상황을 자연스럽게 접합니다.
  • 수학적 표상활동: 구체물 조작, 그림 그리기, 말로 설명하기, 숫자나 기호 쓰기 등으로 직접 표현합니다.
  • 토론 및 공유: 교사와 유아가 함께 표현 방식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개념을 다집니다.

이 세 단계가 순서대로 이어질 때, 단순히 그림책을 읽고 끝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학습 효과가 나타납니다.

 

교사의 역할이 결과를 가른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아무리 좋은 그림책을 골라도, 교사가 어떻게 발문 하느냐에 따라 수업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몇 개야?"라고 묻는 것과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묻는 것은 아이의 사고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끕니다.

 

전자는 정답을 확인하는 질문이고, 후자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자극하는 질문입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생각 과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유아기에 이 능력이 자라나기 시작할 때, 교사의 질문 하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저는 그림책 활동 중 결과 중심으로 접근하다가 아이들이 표현을 멈추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가 그림책 속 순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그렸는데, 교사가 "순서가 틀렸어"라고 말하자 그 아이는 곧 펜을 내려놓았습니다. 교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한마디가 표상 활동을 닫아버린 것입니다.

 

유아 수학교육에서 준실험 설계(quasi-experimental design)를 활용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교사의 적극적 발문과 유아의 표현 존중이 수학개념 형성의 중요한 조건임을 강조합니다. 준실험 설계란 무작위 배정이 어려운 현실적 조건에서 실험 집단과 비교 집단을 나누어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유아 학습 준비도 검사 기준에서도 유아의 개념 형성에서 언어적 상호작용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그림책 수학 활동에서 교사가 주의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왜 그렇게 생각했니?"처럼 사고를 여는 발문을 활용한다.
  2. 유아마다 다른 표현 방식을 틀리다 말하지 않고 공유의 기회로 삼는다.
  3. 그림, 말, 몸짓, 숫자 등 다양한 표상 방식을 모두 허용한다.
  4. 정답을 빨리 확인하기보다 과정을 충분히 관찰하며 기다린다.

수학적 표상활동이 효과를 내려면, 교사가 평가자가 아닌 탐색 파트너로 서 있어야 합니다. 그 전제가 없으면 어떤 그림책도 수학 학습지와 다를 바 없어집니다.

 

유아 수학교육에서 그림책은 단순한 읽기 자료가 아닙니다. 수학적 표상활동의 출발점이자, 아이가 추상적인 개념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가장 자연스러운 도구입니다. 만약 아이가 숫자 학습지 앞에서 자꾸 흥미를 잃는다면, 지금 당장 책장에서 그림책 한 권을 꺼내보십시오. 중요한 건 책 선택보다 읽고 난 뒤의 대화입니다. "어디서 봤어?", "몇 마리였어?", "왜 그렇게 생각해?" 이 세 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imgsvr.riss4u.net/contents3/td_contents9/09333/821/0933382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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