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그냥 아이가 가져오는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다 보니, 한 권이 끝나면 아이들 스스로 다른 책을 꺼내오거나 자기 경험을 줄줄이 꺼내놓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이걸 그냥 넘겨도 될까, 아니면 이 흐름을 살려줄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알게 된 것이 거미줄 독서법입니다.
상호텍스트성, 아이들이 먼저 보여줬습니다.
거미줄 독서법을 이해하려면 먼저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상호텍스트성이란 하나의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와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책 한 권을 읽다가 "어, 이거 저번에 읽은 거랑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봤는데, 이건 어른이 억지로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유치원에서 동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읽었을 때, 아이들이 "선생님, 우리 동물원 갔을 때 이런 거 봤잖아요"라고 먼저 연결 짓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언어 발달과 기억력 발달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라는 점에서, 이건 아이들이 인지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딸과 함께 그림책을 읽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한 권이 끝나면 "엄마, 이거 저번에 봤던 거랑 닮았어"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그 흐름을 따라가줬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이미 거미줄 독서법의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아동 언어 발달 분야에서는 이처럼 텍스트 간 연결을 경험하는 것이 언어적 추론 능력과 독해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책 연결, 소재만이 아니라 구조와 형식까지
거미줄 독서법을 처음 접했을 때 "그냥 비슷한 책 이어서 읽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 써보니 그것보다 훨씬 입체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연결의 방식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뉩니다.
- 소재 연결: 팥빙수가 나오는 책을 읽은 후, 팥이 등장하는 다른 그림책(예: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을 찾아 읽는 방식
- 주제·형식 연결: 옛이야기 전설 구조를 가진 책을 읽었다면, 비슷한 서사 구조를 가진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이어 읽는 방식
- 작가 연결: 모 윌렘스(Mo Willems)의 내 토끼 어딨어?를 읽었다면, 같은 작가의 코끼리와 꿀꿀이 피기 시리즈나 정말 정말 한심한 괴물 레오나르도로 이어가는 방식
여기서 융합 독서(integrative reading)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융합 독서란 같은 주제나 형식을 공유하는 여러 텍스트를 교차하여 읽음으로써 사고의 폭을 넓히는 독서 전략입니다. 독서 논술 분야에서는 융합 독서가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유치원 현장에서 써봤을 때, 작가 연결 방식이 아이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모 윌렘스 책들 사이에 숨어 있는 캐릭터 이스터에그를 찾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펼쳐보더라고요. 한 번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라, 자꾸 다시 꺼내게 되는 책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융합독서, 꼭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미줄 독서법을 처음 들으면 "미리 책 목록을 다 정해놔야 하나", "그림책 거미줄 지도를 꼭 그려야 하나" 하고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아이의 반응에서 시작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그림책 거미줄을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가운데에 오늘 읽은 책을 놓고, 그 책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가지로 뻗어나가면 됩니다. 팥빙수의 전설이라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작가 이지은의 다른 작품, 빙수 만들기 체험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게 마인드맵과 구조적으로 같은 방식입니다. 마인드맵(mind map)이란 중심 개념에서 가지를 뻗어 관련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사고 도구입니다. 브레인스토밍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인데, 그림책 독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방법이 아이에게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적보다, 책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이 독서법을 써야 더 똑똑한 아이가 된다"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책 읽는 시간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쪽이 훨씬 실질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독서 흥미와 자기주도 학습 능력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연결하는 경험이 독서 동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독서학회).

거미줄 독서법을 어제 처음 써본 분이라면, 딱 한 가지만 해보시길 권합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 아이가 먼저 "이거 저번에 봤던 거랑 비슷해"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을 그냥 넘기지 말고 "그래? 그럼 그 책 다시 꺼내볼까?"라고 한 번 연결해 주는 것입니다. 거미줄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Jpuzw7u7Mk&list=PLtDQxB_cXx8-54f9eerDGRqorp1eXV0tm&index=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