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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활동과 유아 존댓말 교육 (맥락, 역할극 활동)

by seulki87 2026. 5. 29.

"반복해서 가르치면 언젠가는 쓰겠지"라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한때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해보니 반복 훈련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유아의 존댓말 교육, 정말 가르친다고 되는 걸까요?

 

그림책 활동과 유아 존댓말 교육

그림책 활동과 유아 존댓말 교육, 그림책 읽기가 존댓말의 맥락을 만들어주다

 

일반적으로 존댓말 교육이라 하면 "선생님께 인사할 때는 이렇게 해야 해"라는 식의 직접 지도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직접 가르칠 때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는 따라 하더라도, 돌아서면 금세 "이거 줘", "나 할래"로 돌아가는 모습을 반복해서 목격했거든요.

 

그림책은 그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줍니다. 그림책 속에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장면, 어른께 인사를 드리는 장면, 친구에게 부탁하는 장면처럼 존댓말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사회적 맥락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투를 쓰는지'를 머리가 아니라 감각으로 익히게 됩니다.

 

언어 발달 연구에서는 이를 사회적 맥락화(social contextualiza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사회적 맥락화란 언어 표현이 단순한 형태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과 연결되어 저장되고 인출되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림책이 바로 그 맥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국내 유치원 교육과정에서도 이 흐름은 이미 반영되어 있습니다.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 '말하기' 영역에 존댓말 사용이 공통 수준으로 명시되었고, 이후 교육과정에서도 의사소통 능력 신장의 관점에서 존댓말 교육이 꾸준히 강화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교육 현장에서 그림책을 단순한 읽기 자료가 아니라 언어예절 교육의 매개체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림책 읽기 활동을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읽기 전: 유아의 흥미를 유도하는 동기 유발 질문 제시
  • 읽어주기: 교사가 자연스러운 태도로 존댓말 표현을 그대로 읽어주며 모델링
  • 읽어준 후: 역할극, 이야기 나누기 등 사후 활동으로 연결하여 내재화 유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이 흐름으로 수업을 구성했을 때, 아이들이 그림책 속 대사를 며칠 뒤에도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 반복 지도와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역할극 활동, 존댓말이 몸에 배는 결정적 순간

 

그림책이 맥락을 만들어준다면, 역할극은 그 맥락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입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병원놀이나 가게놀이처럼 존댓말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상황을 설정하면 아이들의 언어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역할극에서 활용되는 핵심 언어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체 높임법으로, '-께서', '-(으) 시-' 같은 선어말 어미와 '진지', '계시다' 같은 높임 어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선어말 어미란 문장의 끝 어미 앞에 붙어 높임이나 시제를 나타내는 어미를 말합니다. 두 번째는 상대 높임법으로, 문장 종결 어미를 통해 실현됩니다. 유아 교육에서는 격식체인 하십시오체와 비격식체인 해요체가 주로 강조됩니다. 여기서 해요체란 "주세요", "감사합니다"처럼 일상 대화에서 두루 쓰이는 부드러운 높임 표현을 뜻합니다. 세 번째는 객체 높임법으로, '드리다', '여쭈다', '-께' 같은 특수 어휘와 조사를 활용합니다. 여기서 객체 높임이란 문장에서 동작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높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역할극 중에도 "이거 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손님 역할을 맡아 "어서 오세요, 이거 주세요"라고 자연스럽게 모델링하자, 가게 주인 역할을 맡은 아이가 "감사합니다"라고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친구끼리도 서로의 말투를 따라 하며 점점 자연스럽게 이어갔습니다.

 

특히 평소에는 존댓말 사용을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역할극 상황에서는 달랐습니다. 등장인물이 된 것처럼 몰입하면서, 오히려 더 자신 있게 존댓말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부분이 제 경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입니다. 교사가 직접 "이렇게 말해야 해"라고 지도할 때보다 놀이 속에서 스스로 표현할 때 훨씬 자발적이고 즐거운 태도를 보였거든요.

 

언어 교육 연구에서는 이를 가작화(pretend play) 효과로 설명합니다. 가작화란 유아가 현실이 아닌 가상의 역할이나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행동하며 언어를 사용하는 놀이를 뜻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아는 단순히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에 맞는 언어 사용 방식을 체험적으로 익히게 됩니다. 한국어교육학회 연구에서도 역할극 기반 언어 활동이 유아의 어휘 확장과 언어적 사고 자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어교육학회).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존댓말 사용을 지나치게 규칙처럼 강조하면 아이들이 오히려 말하기를 두려워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틀린 표현을 즉시 교정하는 것보다, 교사가 자연스럽게 올바른 표현으로 모델링해 주는 태도가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언어예절은 규칙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배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림책과 역할극을 연결하는 방식은 단순한 언어 훈련을 넘어,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 자체를 몸에 익히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단어 하나를 배운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익힌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존댓말 교육이 고민이시다면, 설명하기보다 먼저 놀아 보시길 권합니다. 그림책 한 권을 함께 읽고, 그 안의 장면을 아이와 직접 역할극으로 재현해 보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달라지는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으니까요.

 

참고: https://dcollection.cau.ac.kr/public_resource/pdf/000000033005_2026052910131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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