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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깜빡 도깨비' 그림책 놀이 (주사위 놀이, 반복 구조)

by seulki87 2026. 4. 30.

솔직히 처음엔 그냥 재밌는 옛이야기 하나 읽어주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깜빡 도깨비가 또?'를 아이들과 직접 펼쳐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반복되는 장면이 이렇게까지 아이들을 몰아붙일 수 있다는 걸, 제가 직접 겪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저자 권문희, 그림 권문희, 출판 사계절, 발행일 2014.05.12.

 

깜빡깜빡 도깨비 그림책 놀이, 주사위 놀이로 도깨비를 그리면 생기는 일

 

그림책을 읽기 전에 도깨비에 대한 사전 지식을 끌어내는 활동, 즉 배경 지식 활성화(schema activation)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몰입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기서 배경 지식 활성화란, 아이들이 이미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경험과 정보를 이야기 읽기 전에 미리 끌어올려 새로운 내용을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그냥 "도깨비 아는 사람?" 하고 물어보는 것과 "뿔은 몇 개야? 눈은 어떻게 생겼어?"처럼 신체 부위별로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아이들의 반응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이 사전 활동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주사위를 활용한 협동 그리기입니다. 6면 주사위의 각 면에 눈·코·귀, 입, 뿔, 팔, 다리, 몸통 같은 신체 부위를 배정해 두고, 모둠이 돌아가며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에 해당하는 부위를 그려 나가는 방식입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같은 번호가 반복해서 나왔을 때 오히려 더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눈이 세 개가 되거나, 눈썹 위에 눈물까지 추가되는 식으로 아이들이 자기만의 해석을 덧붙이기 시작하거든요. 이건 규칙 안에서 창의적 표현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순간인데, 어떤 활동지를 써도 이 정도의 자발성은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시간 관리입니다. 한 아이가 그리는 데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순서 순환이 끊기고 집중력도 흩어집니다. "1, 2, 3, 4, 5" 카운트를 미리 약속해두면 빠른 순환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활동 전에 반드시 이렇게 이야기해 주는 게 좋습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보려는 게 아니라, 네가 상상한 도깨비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 거야." 이 한 마디가 아이들의 표현 불안을 낮추는 데 생각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이 완성한 도깨비 그림을 모둠별로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자아이들이 많은 모둠에서는 예쁜 여자 도깨비가 나오고, 방망이를 그리려다 주걱이 된 모둠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같은 조건에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큰 재미이자 자극이 됩니다.

 

핵심 포인트:

  • 도깨비 그리기 전, 신체 부위별 구체적 질문으로 배경 지식 활성화를 먼저 진행한다
  • 주사위 협동 그리기는 같은 번호 반복 시 추가 표현을 허용해 창의성을 자극한다
  • 5초 카운트로 순서 순환을 빠르게 유지해 집중력 저하를 방지한다
  • 발표 단계에서 모둠별 결과물 비교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수용이 일어난다

 

반복 구조가 언어 발달에 실제로 하는 일

 

일반적으로 반복되는 이야기는 단순하고 유아에게 적합하다고만 알려져 있지만,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깜빡 도깨비가 또?'의 반복 구조는 단순 반복이 아니라 매 장면마다 조금씩 상황이 변하는 점층적 반복(cumulative repetition)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점층적 반복이란, 같은 패턴이 되풀이되면서도 매번 새로운 요소가 더해져 이야기가 쌓여가는 구조를 말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아이들은 다음 내용을 예측하면서도 새로운 장면에서 놀라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 "어제 꾼 돈 갚으러 왔다"는 도깨비의 대사가 반복될수록 아이들이 먼저 그 대사를 외쳐버리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재미있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닙니다. 반복된 언어 입력이 아이들의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을 자극해 자연스럽게 발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작업 기억이란 정보를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 유지하면서 동시에 처리하는 인지 능력으로, 언어 습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유아기의 반복적 언어 노출이 어휘 확장과 문장 구조 내재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이야기 속에서 "깜빡"이라는 단어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아이들에게 "깜빡 잊은 경험이 있어?"라고 물었더니, 준비물을 두고 온 이야기, 약속을 잊은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이처럼 그림책 속 어휘를 아이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는 과정을 어휘 맥락화(vocabulary contextualization)라고 합니다. 어휘 맥락화란 새로운 단어를 단순히 뜻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의미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익힌 어휘는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역할놀이 방식의 소리 내기 활동도 제가 직접 써봤는데 효과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가위바위보로 역할을 정한 뒤 도깨비와 아이의 대사를 빠르게 주고받는 핑퐁(ping-pong) 방식의 소리 읽기는, 아이들이 대사를 정확하고 빠르게 말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수행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청각적 집중력과 발화 속도가 함께 훈련됩니다. 유아기 언어 발달 지원 방법으로 반복 읽기와 역할극이 효과적이라는 점은 여러 기관에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이야기 마지막 장면,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약속한 선물을 들고 다시 찾아오는 도깨비의 모습은 아이들과 나누기 좋은 지점입니다. "도깨비가 왜 이건 깜빡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 하나로 아이들 입에서 약속, 소중한 것, 마음 같은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제가 경험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옛이야기가 이렇게 깊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림책 읽기가 끝난 뒤에는 도깨비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친구나 장면을 그려보는 확장 활동으로 마무리하는 방식도 자연스럽습니다. 아이들이 이야기의 빈자리를 스스로 채워나가는 이 과정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서사 이해(narrative comprehension)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림책 한 권을 제대로 활용하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주사위 도깨비 그리기, 핑퐁 소리 읽기, 어휘 경험 나누기, 확장 그리기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한 번만 경험해보면, 그림책 한 권이 얼마나 촘촘한 활동 자원이 될 수 있는지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깜빡 도깨비가 또?'를 아직 아이들과 펼쳐보지 않으셨다면, 주사위 하나만 준비해서 한번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28BrH96Uo4&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index=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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