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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지'와 '비닐봉지풀' 그림책 놀이 (수수께기, 신체표현, 놀이, 환경교육)

by seulki87 2026. 5. 1.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에 비닐봉지를 그림책 놀이의 재료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쓰고 나면 그냥 버려지는 물건이라고만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유아들과 비닐봉지 하나를 가지고 한 시간 가까이 놀아보니, 이렇게 단순한 재료가 이렇게 풍성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제가 더 놀랐습니다.

 

나는 봉지와 비닐봉지풀 그림책 놀이, 수수께끼로 호기심 열기

 

혹시 수업 시작 전,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림책을 바로 펼치는 대신, 주제를 수수께끼로 먼저 던져보는 방식이 꽤 효과적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에게 메모지를 한 장씩 나눠줍니다. 힌트를 하나씩 들을 때마다 자기가 생각하는 답을 적거나 그려보게 하는 거예요. 첫 번째 힌트 "나는 부스럭 바스락 좀 시끄러워요"를 들었을 때, 제가 함께했던 반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낙엽이요!"를 외쳤습니다. 두 번째 힌트 "나는 굉장히 가벼워요"에서도 확신이 더 강해졌고요.

 

그런데 "나는 사람들을 편리하게 만들어 줘요"라는 힌트가 나오는 순간부터 아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메모지 위에 적힌 답들이 바뀌고, 아이들끼리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웅성거리는 장면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여기서 유아 교육에서 말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사고 과정을 스스로 점검하고 수정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힌트가 쌓일수록 처음의 답이 맞는지 스스로 되짚어보는 이 과정이 바로 메타인지를 자극하는 경험입니다.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낙엽"이라고 확신했다가 스스로 정답을 수정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 자체가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 있다고 느꼈습니다.

 

신체표현 놀이로 감각 깨우기

 

아이들이 정답인 비닐봉지를 직접 받아드는 순간부터 교실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도대체 비닐봉지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셨나요?

저는 처음에 "멀리 던지기"를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아이들이 평평하게 펼친 채로 던지면 봉지가 제자리에서 펄럭이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 스스로 봉지를 뭉치거나 접거나 구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봉지에 바람을 잔뜩 담아서 묶은 뒤 공처럼 던지기도 했어요. 제가 딱히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스스로 조작해 가며 "어떻게 하면 더 멀리 날아갈까"를 탐색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때 일어나는 학습 방식이 바로 탐구학습(inquiry-based learning)입니다. 탐구학습이란 정해진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유아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며 결론에 도달하는 학습 방식입니다. 누리과정에서도 유아의 자기 주도적 탐색을 강조하는데, 비닐봉지 하나로 이 원칙이 고스란히 구현되는 장면을 직접 보니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다음은 봉지에 바람을 불어넣어 공중에 띄우는 활동입니다. 봉지가 공중에 몇 초나 떠 있는지를 서로 겨루다 보면, 아이들은 팔을 빠르게 돌리거나 위에서 아래로 봉지를 흔드는 등 바람을 최대한 많이 담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냅니다. 손바닥, 손등, 검지 손가락, 새끼손가락으로 치기 같은 핸디캡 규칙을 중간에 추가하면 아이들의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어른인 저도 꽤 신나더라고요.

 

비닐봉지 활용 신체 활동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봉지 멀리 보내기: 구기기, 뭉치기, 바람 담기 등 방법을 유아 스스로 탐색
  • 공중 띄우기 시합: 봉지에 바람을 담아 묶은 뒤 손으로 치며 오래 띄우기
  • 핸디캡 규칙 추가: 한 발로 깡충거리기, 손등으로 치기, 헤딩 등 신체 활동 연계
  • 봉지 가면·인형 만들기: 조형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

 

그림책과 놀이의 연결 고리

 

그렇다면 이 모든 활동에 그림책이 왜 필요한 걸까요? 그냥 비닐봉지를 주고 놀게 하면 안 되는 건지, 저도 처음엔 그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자 노인경, 그림 노인경, 출판 웅진주니어, 발행 2017.06.20.

 

직접 써보니 달랐습니다. 노인경 작가의 『나는 봉지』를 먼저 읽고 나면, 아이들이 비닐봉지를 그냥 쓰레기가 아닌 "바람을 타고 여행하는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어떤 아이는 봉지가 나비처럼 날아다닌다고 했고, 또 다른 아이는 봉지가 세상 구경을 간다고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상상의 맥락을 먼저 심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글 방미진, 그림 오승민, 출판사 느림보, 발행 2009.06.26.

 

박미진 글, 오승민 그림의 『비닐봉지풀』은 비닐봉지가 땅에 묻혀 분해되지 않고 풀처럼 자라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후 환경 이야기를 꺼낼 때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가 되어줍니다. 대상 유아의 연령이나 발달 수준에 따라 두 그림책 중 적합한 한 권을 골라 활동을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유아 발달 측면에서도 이런 그림책 연계 놀이는 의미가 있습니다. 유아의 언어 발달과 창의적 사고 촉진에는 그림책을 활용한 이야기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은 유아 교육 분야에서 꾸준히 강조되어 온 부분입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단순한 신체 놀이가 언어, 사고력, 상상력이 함께 자라는 통합 활동으로 바뀌는 것이 바로 그림책의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환경교육으로 마무리하기

 

놀이가 끝난 뒤, 아이들 손에 비닐봉지가 남아 있을 때가 환경 이야기를 꺼내기 가장 좋은 순간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고민되지 않으셨나요?

저는 처음에 환경 문제를 너무 무겁게 다루려다 아이들이 금방 흥미를 잃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뒤로는 "이 봉지는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 하나로 가볍게 시작합니다. 김장철에는 아이들이 김치 보관용 비닐이나 위생장갑으로 쓰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기도 하고, 마트 봉지를 장바구니로 대신하는 방법까지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생분해성(biodegradability)입니다. 생분해성이란 미생물에 의해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는 성질을 말하는데, 일반 비닐봉지는 생분해성이 매우 낮아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립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놀이 재료였던 봉지를 다시 한번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비닐봉지는 수십억 장에 달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 또는 매립된다고 합니다(출처: 환경부). 이런 수치를 아이들과 직접 나누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오늘 가지고 논 봉지 한 장이 사라지는 데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진지해집니다. 분리수거, 천 가방 사용, 봉지 재사용 같은 실천 방법을 아이들 스스로 말하게 유도하면 활동이 한층 풍성하게 마무리됩니다.

 

비닐봉지 한 장으로 수수께끼, 신체 놀이, 조형 활동, 환경 교육까지 연결되는 이 흐름을 직접 경험해 보니, 놀이 재료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유아들과 함께할 그림책 놀이를 고민 중이시라면, 지금 주방 서랍에 있는 비닐봉지 한 장부터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을 아이들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i0DtHpkgrw&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 index=28&t=14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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