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너는 어떤 씨앗이니' 그림책 놀이 (자아개념 탐색, 씨앗 놀이)

by seulki87 2026. 4. 24.

그림책 한 권이 아이의 자존감을 바꿀 수 있다고 하면, 믿어지십니까?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최숙희 작가의 『너는 어떤 씨앗이니?』를 아이들과 함께 펼쳐 든 그날,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작고 못생긴 씨앗이 결국 자신만의 꽃을 피운다는 이 단순한 이야기가, 유아들 입에서 "저는 해바라기 씨앗이에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습니다. 그 순간의 온도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너는 어떤 씨앗이니 그림책 놀이, 자아개념 탐색

 

표지 하나를 보여주기 전에 제목을 먼저 가렸습니다. 그림만 남은 표지를 아이들 앞에 내밀고 물었습니다. "이 아이 손에 뭐가 들려 있어? 표정은 어때 보여?" 이렇게 시작하는 방식을 그림책 교육 현장에서는 표지 탐색(cover explo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표지 탐색이란, 본문을 읽기 전 표지의 그림과 색감, 등장인물의 표정 등을 관찰하며 이야기 내용을 예측하는 준비 활동입니다. 아이들의 배경 지식과 상상력을 먼저 끌어내기 때문에 독후 활동보다 오히려 더 큰 집중력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제목을 가렸을 때와 처음부터 보여줬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제목이 없을 때는 "이 아이가 씨앗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라거나 "엄마한테 꽃 선물하려고요"라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상상이 먼저 달리는 것이죠.

 

면지(endpaper)도 그냥 넘기지 마십시오. 면지란 책의 표지와 본문 사이에 끼어 있는 속지를 말하는데, 이 책의 면지는 주황색으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색이 나중에 어디서 또 나올까?" 하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관찰력과 연결 사고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이들과 함께 나중에 주황색 열매 장면을 발견했을 때 "아, 여기 있었어요!" 하고 소리치던 표정이 잊히지 않습니다.

 

책 속에서 반복되는 문장 구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씨앗이, 씨앗이, 어떤 씨앗이"처럼 반복되는 리듬감 있는 문장은 언어 발달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 운율적 반복(rhythmic repetition)이라고 하는데, 운율적 반복이란 동일하거나 유사한 음절과 문장 구조를 의도적으로 되풀이하여 아이들의 청각적 주의를 집중시키고 언어 기억을 강화하는 기법입니다. 유아기에는 이런 구조가 자연스럽게 언어를 내면화하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저는 읽어줄 때 소리의 크기를 점점 키우는 방식을 써봤는데, 아이들이 따라 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자아개념(self-concept)이라는 용어도 이 그림책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자아개념이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스스로 형성하는 인식과 감정의 총체로, 유아기에 형성된 자아개념은 이후 학습 태도와 또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한국아동학회). 이 책이 던지는 "너는 어떤 씨앗이니?"라는 질문은 그 자체로 유아의 자아개념 탐색을 유도하는 발문입니다.

 

연령별로 달라지는 씨앗 놀이 확장 활동

 

그림책을 읽고 나서 "재미있었어?"로 끝내는 것과, 아이들이 직접 씨앗이 되어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활동이 연결될 때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영유아의 경우, 씨앗의 역할을 직접 맡아보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용감한 씨앗 대표 해볼 사람?"이라고 물으면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듭니다. 각자 씨앗 카드를 하나씩 품고 화관(flower crown)을 직접 색칠해서 씁니다. 화관이란 꽃이나 꽃 모양 종이를 엮어 머리에 두르는 장식으로, 이 활동에서는 자신이 맡은 씨앗이 꽃으로 피어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체험하게 해 주는 도구입니다. A4가 아니라 A3 크기로 만들어야 아이들 머리에 맞으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실수를 한번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초등 저학년과 함께할 때는 팝업 카드 만들기가 잘 맞았습니다. 색종이를 접어 씨앗 모양을 만들고, 그 안쪽에 "저는 정리의 꽃이에요", "저는 도움의 꽃이에요"처럼 자신만의 꽃 이름을 붙여보는 활동입니다. 남과 비교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발견한 강점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은 강점 기반 접근(strengths-based approach)과 맞닿아 있는데, 강점 기반 접근이란 부족함을 채우기보다 개인이 이미 가진 긍정적 특성과 자원을 발견하고 키우는 데 초점을 두는 교육 방법론입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발달 지원 활동에서 주목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표지 탐색 단계에서 아이들의 예측과 상상을 충분히 이끌어낼 것
  • 반복 문장은 음량과 높낮이를 달리하며 소리 내기 활동으로 연결할 것
  • 독후 활동을 연령에 맞게 분화하되, 모두 아이 스스로가 중심이 되도록 설계할 것
  • 학기 초 활동으로 시작해 학기 말에 다시 꺼내 성장을 함께 확인할 것

고학년이나 중학생 이상과 함께한다면, 이야기 속 장면과 장면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보는 활동도 좋습니다. 씨앗이 꽃으로 피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지, 아이들이 직접 상상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봅니다. 제가 이 활동을 진행했을 때 한 아이가 "씨앗이 북극을 갔다 왔을 것 같아요"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 전개가 너무 진지해서 교실 전체가 조용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그림책 연극 놀이, 즉 드라마타이제이션(dramatization)의 힘입니다. 드라마타이제이션이란 이야기 속 장면이나 인물을 몸짓, 표정, 즉흥 연기로 재현하며 내면화를 돕는 표현 교육 기법입니다.

 

유아기 자아존중감(self-esteem) 발달이 이후 정서·사회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자아존중감이란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긍정적 자기 평가로, 이 시기에 형성된 자아존중감은 이후 도전 의식과 회복 탄력성에도 직결됩니다. 그림책이 그 씨앗을 심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저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림책 한 권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그림으로, 만들기로, 연극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매번 놀랍습니다. "지금 네 모습이 어떻든, 그 자체가 이미 씨앗이야"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건네는 것, 그것이 이 그림책이 가진 진짜 힘인 것 같습니다. 올봄,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한 번 펼쳐보시겠습니까?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YGoCRQYVe4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