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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손 잡을까?' 그림책 놀이 (그림책의 구조, 즉흥극, 활동지)

by seulki87 2026. 5. 3.

저자 튀버 벨트캄프, 그림 바우터르 튈프, 번역 유동익, 출판 국민서관, 발행 2019.02.28.

 

아이가 아빠 손을 잡은 줄 알았는데, 사실 전혀 다른 사람의 손이었다. 그림책 『누구 손 잡을까』의 핵심 장치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이게 말이 돼?"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런데 직접 아이들과 읽어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누구 손 잡을까? 그림책 놀이, 아빠는 모른다, 아이는 안다 — 그림책의 구조

 

일반적으로 그림책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교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아이들은 교훈보다 장면의 아이러니에 훨씬 강하게 반응합니다. 『누구 손 잡을까』는 바로 그 아이러니를 정교하게 설계한 책입니다.

주인공 안나는 동물원에 가고 싶은데 아빠는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집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그 사이 안나는 장면마다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원하는 장소로 이동합니다. 아빠는 끝까지 눈치채지 못합니다. 이 구조를 그림책 치료 이론에서는 '이중 관점 서사(dual perspective narrative)'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이중 관점 서사란, 독자(아이)와 등장인물(아빠)이 서로 다른 정보를 갖고 이야기를 경험하게 설계된 서술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아이는 다 알고 아빠만 모르는 상황을 독자가 함께 즐기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아이들과 읽어 봤는데, "아빠는 아무것도 몰라!"라는 반응이 터져 나오는 순간 교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책 속 안 나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이야기에 깊이 빠져드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간담이 서늘할 장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짜릿함이 몰입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표지를 펼쳤을 때도 살펴볼 거리가 많습니다. 앞표지와 뒤표지를 이어 보면 중앙에 아빠가 자리합니다. 아이의 티셔츠에는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무지개 색이, 제목 글자에도 동일한 7색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런 시각적 장치들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관찰력과 언어 표현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림책 전에 몸으로 먼저 — 즉흥극 활동의 효과

 

그림책을 읽기 전에 즉흥극(improvisation drama)을 먼저 진행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즉흥극이란 미리 대본 없이 주어진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연극 형식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역할 인식과 사회적 반응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활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한 명이 중앙에 서 있으면 다른 참여자가 특정 액션을 취하며 다가옵니다. 카메라를 들이밀면 유명인처럼 포즈를 취하고, 총을 겨누면 두 손을 드는 식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전혀 다른 상황을 설정합니다. 선거운동원처럼 악수를 청하면, 방금 전까지 총을 겨눴던 사람도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맞춰 반응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이 활동에서 보여 주는 반응의 폭이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같은 상황 설정인데도 아이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걸 보면서, 이 활동이 단순한 몸 풀기가 아니라 아이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창구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 즉흥극 활동을 먼저 경험한 뒤 그림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안나의 행동을 훨씬 깊이 공감하며 받아들입니다.

 

그림책 치료에서 사전 활동(pre-activity)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사전 활동이란 본 그림책 읽기 전에 신체 활동이나 놀이를 통해 주제와 관련된 감각과 감정을 먼저 열어 두는 준비 과정입니다. 유아교육 연구에 따르면, 신체 활동을 선행한 뒤 문학 텍스트를 접할 경우 아이들의 언어적 반응 빈도와 서사 이해력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고 보고됩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이 활동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초등 저학년 이상, 대략 만 7~8세 수준의 인지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상황 전환을 빠르게 수용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즉각적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손이라는 상징 — 활동지까지 이어지는 의미 확장

 

그림책을 다 읽은 뒤 마무리 활동으로 손 모양 활동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종이 두 장을 겹쳐 손 모양으로 오린 뒤, 안쪽에는 내 손으로 누군가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을 적고 겉면에는 "누구 손?"이라고 씁니다.

 

저는 이 마무리 활동이 그림책의 주제를 가장 잘 착지시키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단순히 이야기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손이라는 신체 기호(body sign)를 통해 관계와 돌봄의 개념을 직접 언어화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신체 기호란 신체 일부가 추상적인 개념이나 감정을 상징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때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쓴 내용을 보면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 아픈 친구 옆에서 손을 잡아 주고 싶다
  • 할머니 무거운 짐을 들어 드리고 싶다
  • 강아지를 쓰다듬어 따뜻하게 해 주고 싶다
  •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해 본 적이 있다

이런 문장들이 나올 때 교실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 순간이 그림책 치료 활동 전체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깊은 시간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모든 아이가 신체 접촉을 편안하게 여기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손 잡기 활동이 친밀감 형성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신체 접촉에 민감한 아이에게 이를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아동의 신체 자율성(bodily autonomy) 존중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어야 합니다. 신체 자율성이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이 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개념입니다. 교육부와 한국아동권리학회는 아동 활동 설계 시 참여 여부를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아동권리학회).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 많은 층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여전히 놀랍습니다. 표지 관찰부터 즉흥극, 손 모양 활동지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한 번 직접 아이들과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교훈을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 과정 안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그게 그림책 치료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0daEtC4kiY&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index=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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