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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그림책 놀이 (그림책의 힘, 감정 표현 활동, 정서 발달)

by seulki87 2026. 5. 10.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동안 아이들의 울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왜 울어?"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오히려 더 움츠러들었고, "그만 울어"라는 말은 감정을 닫아버리게 만들었죠. 그러다 『눈물바다』를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처음으로 "눈물도 괜찮다"는 걸 같이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책 한 권이 교실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서현 저자(글) 사계절 · 2009년 11월 02일

 

눈물바다 그림책 놀이, 속상한 마음을 꺼내게 해주는 그림책의 힘

 

혹시 아이가 아무 이유도 없이 훌쩍이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어른 눈에는 사소해 보여도, 아이에게는 그날의 전부일 수 있습니다. 『눈물바다』는 바로 그 감정을 건드립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이 쌓이다 결국 눈물이 바다처럼 터져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이 책을 교실에서 읽어봤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언제 눈물이 났니?"라고 질문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아이들이 앞다투어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장난감을 안 빌려줘서요", "엄마한테 혼나서 억울했어요"라는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이게 바로 그림책의 정서적 공명(emotional resonance) 효과입니다. 정서적 공명이란 책 속 인물의 감정이 독자 자신의 감정 기억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뜻합니다.

 

유아 정서 발달 연구에 따르면, 만 3~5세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입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이 시기에 감정을 말로 꺼내는 경험을 충분히 쌓아두지 않으면, 이후에 감정 조절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눈물바다』는 그 시기 아이들에게 "네 감정을 말해도 괜찮아"라는 신호를 자연스럽게 건네줍니다.

 

특히 이 그림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과장된 시각 표현이었습니다. 눈물 한 방울이 온 세상을 뒤덮는 바다가 된다는 설정은 아이들의 감정 크기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방식입니다. 아이의 슬픔을 "별것도 아닌 것"으로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과감하게 크게 그려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맞아, 나 진짜 많이 속상했어"라고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감정 표현 활동, 어떻게 연결할까

 

그림책을 읽고 나서 그냥 끝내기가 아쉬웠습니다. 저는 독후활동으로 '눈물바다 만들기'를 진행했는데, 파란 색종이와 천을 이용해 아이들이 직접 바다를 꾸미고 그 안에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담은 그림을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커다란 파도를 만들면서 "저 엄청 속상한 거 있어요"라고 했고, 그게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접한 활동 중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감정 표현 스퀴시(squishy) 만들기입니다. 스퀴시란 손으로 쥐었다 놓을 수 있는 말랑한 물체로, 촉각 자극을 통해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는 도구를 말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 A4 용지를 반으로 접어 캐릭터 얼굴 앞면과 뒷면을 각각 그립니다.
  • 앞면은 평온한 표정, 뒷면은 울고 있는 표정으로 서로 다른 감정을 표현합니다.
  • 네임펜으로 테두리를 따라 그린 후 색칠하고, 투명 테이프로 코팅해 내구성을 높입니다.
  • 두 면을 맞대어 테이프로 테두리를 막되, 솜을 넣을 구멍을 남겨둡니다.
  • 솜을 충분히 채워 넣고 나머지 구멍을 막으면 완성입니다.

이 활동의 핵심은 단순히 만드는 재미에 있지 않습니다. 앞뒤로 다른 표정을 그리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나는 언제 이 표정이야?"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됩니다. 감정 인식(emotional awareness)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감정 인식이란 자신의 현재 감정 상태를 인지하고 이름 붙이는 능력으로, 정서 지능(EQ) 발달의 핵심 요소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만들기 활동은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 오늘 이 표정이에요"라며 울상 얼굴 쪽을 내미는 아이를 보면, 단순한 종이 공예가 아니라 감정 대화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림책 놀이가 정서 발달로 이어지려면

 

그렇다면 그림책 놀이가 진짜 정서 발달로 이어지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제가 교실에서 경험한 바로는, 활동 자체보다 활동 후 이야기 나누기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스퀴시를 완성하고 나서 "속상할 때 이걸 쥐어봐도 좋고, 친구한테 보여줘도 좋아"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감정 조절 전략(emotion regulation strateg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 스스로를 달래거나 상황을 전환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어린 시기에 다양한 감정 조절 전략을 익혀두는 것이 이후 사회성과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아동학회). 울고 난 뒤 친구에게 위로받기, 잠깐 자리를 바꿔보기, 말랑한 것을 손에 쥐어보기 같은 방법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가 아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한 아이가 "저는 속상하면 강아지 인형을 꼭 안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나만의 방법을 찾아도 된다"는 메시지로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그림책은 단순한 이야기 읽기를 넘어, 아이들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연습의 장이 됩니다.

 

결국 『눈물바다』와 감정 표현 스퀴시 만들기는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입니다. 책으로 공감을 열고, 만들기로 감정을 손에 담고, 이야기 나누기로 마음을 연결하는 순서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아이들에게 진짜 남는 경험이 됩니다.

 

이 그림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너는 언제 눈물이 났어?"라고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솔직하고 따뜻한 대화가 시작될 겁니다. 활동이 거창할 필요도 없습니다. A4 용지 한 장과 솜 조금만 있어도, 아이의 감정을 담는 작은 도구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Sp29XbIr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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