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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민들레' 그림책 놀이 (배경과 맥락, 읽기의 핵심, 실전 활동)

by seulki87 2026. 4. 23.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 저는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제목을 보고 조금 싱겁다고 느꼈습니다. 민들레가 민들레라는 게 뭐가 특별하냐고요. 그런데 아이들과 실제로 이 책을 펼쳐 놓고 앉아 있다 보니, 제가 너무 가볍게 봤다는 걸 금방 깨달았습니다. 봄 신학기에 그림책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탐색과 표현 활동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그 경험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 그림책 놀이, 왜 하필 민들레인가 — 봄 그림책의 배경과 맥락

 

봄 신학기에 그림책을 고를 때 가장 고민되는 건 '아이들의 실제 생활과 얼마나 가깝냐'입니다. 저는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낯선 소재면 거리감이 생기거든요.

그런 면에서 민들레는 좋은 선택입니다. 길가 화단, 학교 담장 아래, 아파트 보도블록 틈새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유아교육에서 '생활 중심 소재'란 아이들이 일상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합니다. 2019년 개정 누리과정에서도 탐구하는 태도 기르기와 자연 탐색을 핵심 경험으로 명시하고 있는데(출처: 교육부 누리과정), 민들레는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충족시키는 소재입니다.

 

'민들레는 민들레'는 책 표지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연한 푸른빛 배경에 작은 컵에 꽂힌 민들레 두 줄기 — 하나는 노란 꽃을 피우고 있고, 하나는 씨앗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저 파란 배경이 하늘일까, 물일까" 하고 혼자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그게 창가 풍경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제보다 먼저 알아챈 건 아이들이었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수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표지를 보여주자마자 한 아이가 "선생님, 여기 창문이요"라고 말했는데, 저는 그 순간 솔직히 살짝 당황했습니다. 어른인 제가 놓친 걸 아이가 먼저 잡아낸 거니까요.

 

그림책 읽기의 핵심 — 그림 읽기와 소리 내기의 힘

 

그림책 활동에서 많이들 "내용을 잘 읽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것만으로는 절반도 안 된다고 봅니다. 제가 직접 수업을 여러 번 해보면서 느낀 건, 아이들은 글보다 그림에서 훨씬 더 많은 걸 읽어낸다는 점입니다.

'민들레는 민들레'의 본문은 문장이 굉장히 짧습니다. "싹이 터도 민들레, 잎이 나도 민들레, 꽃줄기가 쏙 올라와도 민들레." 이런 식입니다. 이게 그냥 단순한 반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아이들과 소리 내어 읽어보면 리듬감과 여백이 만들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여기서 '여백 활용(white space)'이란 글자가 없는 빈 공간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고 감정을 채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그림책 편집 기법입니다. 저는 이 여백 덕분에 아이들이 각자의 민들레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목 가리기 활동도 인상적입니다. "민들레는 세 글자인데, 뭘까?" 물으면 아이들이 민들레는 꽃이다, 봄이다, 변했다, 노랗다 등 자기만의 답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막상 제목을 열었을 때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걸 보고 허탈해하는 표정이 있는데, 저는 그 허탈함 자체가 사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특별한 답이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냥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것. 어찌 보면 그게 제일 깊은 말이니까요.

 

또 면지(endpaper) 활용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면지란 그림책 표지 안쪽에 붙어 있는 면으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감싸는 역할을 합니다. '민들레는 민들레'의 면지에는 낙서처럼 그려진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앞면지와 뒷면지가 조금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 꼼꼼히 보면 이야기의 앞뒤 맥락이 느껴집니다. 제 경험상 면지를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만큼은 면지부터 천천히 나누는 게 맞습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언어 발달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 근거가 있습니다. 소리 내어 읽기(read-aloud)는 유아의 어휘 습득과 언어 이해력 발달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단순히 읽어주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직접 소리 내고, 그림을 읽고,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더해질수록 그 효과는 배가됩니다.

 

교실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전 활동 구성

 

그림책을 읽고 나서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또 하나의 관건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림책 읽기 자체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로 교실 밖 산책과 미술 활동으로 연결하고 나서 아이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제가 경험한 활동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그림책 함께 읽기: 표지부터 뒷면지까지 천천히, 그림 짚어주며 읽기
  • 교실 밖 민들레 탐색: 길가와 화단에서 직접 민들레 찾기, 꽃 색과 모양 관찰
  • 씨앗 날리기 흉내 표현: 몸짓으로 홀씨가 날아가는 모습 표현
  • 미술 활동: 솜이나 종이로 민들레 꽃과 씨앗 만들기
  • 활동지 작성: "나는 어디에 핀 민들레가 되고 싶나요?" 그림과 글로 기록

특히 산책 중 민들레를 직접 발견한 아이들의 반응은 교실에서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 아이가 "선생님, 여기도 민들레 있어요!" 하고 소리쳤을 때, 그 아이 눈에 그림책 속 장면이 겹쳐 보였다는 걸 저는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문학적 연결(text-to-world connection)'의 순간입니다. 문학적 연결이란 책 속 내용이 독자의 실제 경험과 연결되는 읽기 전략으로,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활동지를 활용할 때는 학급 전체 민들레 꽃 만들기로 확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이들 각자의 활동지 꽃 모양을 모아 큰 민들레 줄기에 붙이면, 서로 다른 곳에 자리한 민들레들이 하나의 꽃이 됩니다. 이게 단순한 꾸미기 활동처럼 보여도, 아이들이 '각자 다르지만 모두 민들레'라는 메시지를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 됩니다. 저는 이 활동을 자아존중감(self-esteem) 교육과 연결 짓는 방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아존중감이란 자신의 가치와 능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심리적 태도로, 유아기에 형성되는 기반이 이후 사회성과 정서 발달에 직결됩니다.

 

그림책이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저는 이 수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민들레는 어디서 피어나든 민들레인 것처럼, 아이들도 어떤 환경에 있든 자기만의 빛깔로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활동이었습니다.

봄 신학기에 어떤 그림책으로 시작할지 고민 중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완벽한 환경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충분히 잘 자라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항상 아이들 자신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7DIpQaU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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