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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저쪽' 그림책 놀이 (상상력, 놀이, 면지)

by seulki87 2026. 5. 2.

저자 고미 타로,번역 정근, 출판 보림, 발행 1996.08.01.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수업이 될 수 있을까요?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고미 타로 작가의 『바다 건너 저쪽』을 교실에서 펼쳐 든 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아이들 입에서 "공룡이 살 것 같아요", "사탕 나라가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이 터져 나오는 순간, 이 그림책이 단순한 책 읽기 이상의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직접 느꼈습니다.

 

바다 건너 저쪽 그림책 놀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 무엇이 다를까

 

『바다 건너 저쪽』은 바다를 바라보며 "저쪽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은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얼음 나라일 수도, 괴물이 사는 곳일 수도, 지금 이쪽이 낮이라면 저쪽은 밤일 수도 있다는 아이다운 상상이 페이지마다 펼쳐집니다.

이 그림책이 특별한 이유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점입니다. 유아 교육에서는 이를 개방형 질문(open-ended question)이라고 합니다. 개방형 질문이란 "예" 또는 "아니요"로 끝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생각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질문 방식입니다. 이 그림책 자체가 거대한 개방형 질문 하나를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제가 직접 교실에서 읽어 줬을 때,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아이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눈이 엄청 많이 오는 나라"를 그렸고, 또 다른 아이는 "물고기들이 하늘을 나는 바다 나라"를 그렸습니다. 제 예상을 훌쩍 넘는 반응이었습니다.

유아의 상상 놀이와 창의적 사고 발달의 관계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아기에 상상 놀이를 충분히 경험한 아이일수록 언어 표현력과 문제 해결력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이 그림책이 단순한 그림 감상을 넘어 유아의 인지 발달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림책 놀이, 어떻게 연결하면 좋을까

 

그림책을 읽고 나서 어떤 활동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수업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이 책에서 제가 실제로 활용해 본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전 활동: 바다에 가본 경험을 돌아가며 말하기. 한 명씩 바다에서 보거나 느낀 것을 이야기하다가 더 이상 말하지 못하는 친구는 자리에 앉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아이들의 집중도가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 본 활동: 그림책을 읽으며 "바다 건너 저쪽에는 무엇이 있을까?" 함께 상상하기.
  • 표현 활동: 자신이 상상한 나라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그 나라에 사는 누군가에게 편지 쓰기.
  • 마무리 활동: 쓴 편지를 유리병에 돌돌 말아 담아 두었다가 한 달 뒤에 꺼내 서로 읽어 보기.

여기서 편지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유아 교육에서 말하는 리터러시(literacy) 확장 활동에 해당합니다. 리터러시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 전반을 뜻합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상상하고, 그 상상을 언어로 정리해 편지로 쓰는 과정 자체가 리터러시를 자연스럽게 키우는 활동입니다.

 

저는 이 편지 활동을 처음 진행했을 때 솔직히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유리병을 꺼내 편지를 읽는 시간에 아이들이 얼마나 흥분했는지, 그 반응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썼었어요!"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 차를 두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 유아의 기억과 감정에 훨씬 강하게 남는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활동지 활용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그림책 표지의 일부를 스캔하거나 복사해서 활동지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때 종이 무게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일반 A4 용지보다 120g 이상의 두꺼운 용지에 출력했을 때,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에 훨씬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종이의 질감과 두께가 아이들의 활동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게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는데, 직접 비교해 보니 확실히 달랐습니다.

 

면지 색깔 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

 

이 그림책에서 저를 가장 멈추게 한 부분은 의외로 면지였습니다. 면지(endpaper)란 그림책의 표지 안쪽에 붙어 있는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를 말합니다. 단순히 책을 보호하는 역할처럼 보이지만, 사실 작가가 의도를 담아 색과 패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다 건너 저쪽』의 면지는 노란색입니다. 바다를 다루는 그림책이니 파란색이나 초록색을 예상하기 쉽지만, 노란색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노란색은 희망, 설렘, 따뜻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바다 너머를 바라보며 품은 감정이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와 설렘임을 색으로 먼저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책에서 색채상징(color symbolism)을 읽어 내는 능력은 유아 문학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입니다. 색채상징이란 특정 색이 독자에게 특정 감정이나 의미를 연상시키도록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기법입니다. 아이들과 면지를 보며 "왜 이 색을 썼을까?" 한 마디만 던져도, 그 자체로 훌륭한 문학적 사고 훈련이 됩니다. 제가 직접 이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을 때, "태양 같아요", "따뜻한 나라인 것 같아요"라는 대답이 나왔고, 그 대화가 이후 표현 활동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잡아 주었습니다.

 

그림책을 활용한 유아 교육 효과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꾸준히 연구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그림책 기반 활동이 유아의 언어 발달, 사회성, 정서 표현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으며(출처: 육아정책연구소), 특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개방형 그림책일수록 그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림책 한 권이 "읽기"에서 끝나지 않고 "말하기, 그리기, 쓰기"로 이어질 때, 아이들은 비로소 그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바다 건너 저쪽』은 그 연결이 유독 자연스러운 그림책입니다. 아직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펼쳐 보지 않으셨다면, 바다 사진 한 장을 먼저 꺼내 "바다 건너에는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 하나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t1bZxVEI-c&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index=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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