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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팝콘' 그림책 놀이 (계절 연계, 소리와 움직임, 미술 활동)

by seulki87 2026. 4. 24.

솔직히 저는 처음에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림을 함께 보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끝내는 방식이요. 그런데 『벚꽃 팝콘』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난 뒤,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책 한 권이 계절 전체를 경험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습니다.

백유연 저자(글) 웅진주니어 · 2020년 03월 30일

벚꽃 팝콘 그림책 놀이, 그림책과 계절 연계 활동의 배경

『벚꽃 팝콘』은 백규원 작가의 계절 시리즈 중 봄을 다룬 그림책으로,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 친구들이 함께 팝콘을 만들고, 파란 새들이 가져온 씨앗으로 벚꽃 팝콘을 완성하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줄거리처럼 보이지만, 나눔과 배려라는 정서적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적합한 작품입니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계절 연계 그림책 활동은 단순히 “봄이 왔어요”를 알려주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정서 발달 측면에서 보면, 책 속 장면과 실제 감각을 연결하는 경험이 아이들의 정서 어휘를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서 어휘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벚꽃이 팝콘처럼 터지는 것 같아요”라는 아이의 한 문장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감각과 감정을 연결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저 역시 이런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 활동이 단순한 계절 수업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보통 봄 그림책을 활용하면 꽃 그리기나 색칠하기 활동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거기서 멈추기에는 그림책이 가진 힘이 너무 큽니다. 제 경험상,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놀이로 확장할 때 아이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단순히 ‘벚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벚꽃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절 연계 활동을 설계할 때, 정보 전달보다 경험 설계에 더 초점을 둡니다. 아이가 이야기 속 장면을 몸으로 느끼고, 놀이로 다시 만들어보는 과정이 있을 때, 그 계절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오래 기억에 남는 감각으로 자리 잡습니다.

소리와 움직임으로 책 내용을 감각적으로 검증하기

이 그림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입니다. "화르르", "치", "와르르", "톡톡", "펑펑펑" 같은 표현들이 팝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리로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저는 처음에 이 소리들을 그냥 읽어 넘겼는데, 실제로 아이들에게 먼저 소리만 들려주고 "무슨 소리일까?"를 맞혀 보게 했을 때 반응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방식은 예측적 추론(predictive inference)을 활용한 교수법입니다. 예측적 추론이란 주어진 단서만으로 결과를 상상해 보는 사고 과정으로, 유아의 언어 이해력과 창의적 사고를 동시에 자극합니다. 실제로 국내 유아교육 연구에서도 그림책을 활용한 언어활동이 유아의 어휘 발달과 이해력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제가 직접 써봤는데, 소리 먼저 들려주기 방식은 예상보다 훨씬 효과가 컸습니다. 아이들이 "뻥튀기 소리 같아요", "콩이 튀는 소리요"라고 저마다 다르게 대답하다가, 책을 펼쳤을 때 팝콘 장면이 나오자 "맞았다!"며 환호하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이 경험 이후로 저는 그림책을 처음부터 읽어주는 방식 대신, 소리나 표지의 일부를 먼저 제시하고 예측하게 하는 방식을 훨씬 자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독후 활동에서 효과적인 감각 연계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의성어·의태어 먼저 들려주고 장면 예측하기
  • 표지의 제목 일부를 가리고 내용 추측하기
  • 책 속 행동을 몸으로 직접 표현해 보기
  • 소리를 동작과 연결하여 신체로 재현하기

한지와 팝콘을 활용한 벚꽃 나무 미술 활동 실전 적용

일반적으로 그림책 미술 활동이라고 하면 도화지에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그림 그리기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재료 선택 하나만 바꿔도 아이들의 몰입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벚꽃 팝콘』 활동에서 저는 색종이 대신 한지를 활용했는데, 이게 꽤 의미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한지는 백규원 작가가 이 그림책을 직접 제작할 때 사용한 재료입니다. 작가는 고운 한지에 물을 들여 벚꽃을 표현했고, 그 질감이 책 전체에 독특한 온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림책의 재료와 동일한 재료로 활동을 연결하면 조형 표현력(plastic expression)이 높아질 뿐 아니라, 아이들이 작가의 창작 과정을 간접 체험하는 효과도 생깁니다. 조형 표현력이란 시각적·촉각적 재료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조형적으로 나타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실제 활동은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흰색 한지와 분홍색 한지를 벚꽃 모양 펀칭기로 잘라 준비한 뒤, 나무 모양 종이 모형에 딱풀로 붙이는 방식입니다. 나무 모형이 쓰러지지 않도록 종이컵에 칼집을 내어 끼워 세우는 방법도 활용했는데, 이 부분이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작은 성취 경험이 됩니다. 완성된 나무를 한자리에 모아 놓으면 교실 안에 실제 벚꽃 동산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개별 작품이 모였을 때의 시각적 효과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더라고요.

 

유아 미술 교육에서 협력적 작품(collaborative artwork), 즉 개인의 작업이 하나의 집단 작품으로 완성되는 방식은 공동체 의식과 성취감을 동시에 심어줍니다. 2023년 육아정책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유아기 협력 활동 경험이 사회성 발달과 자기표현 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팝콘을 실제로 가지고 와서 나무에 붙이는 방식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목공풀로 팝콘을 나무 모형에 붙이면 입체적인 질감이 더해져 그림책 속 장면이 훨씬 생동감 있게 재현됩니다. 이 방식은 특히 촉각 자극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효과적이었습니다.

 

결국 『벚꽃 팝콘』이 제게 가르쳐 준 것은, 그림책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경험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소리로 먼저 만나고, 몸으로 표현하고,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이 쌓이면 아이들에게 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기억으로 남습니다. 올봄 그림책 한 권을 교실에서 어떻게 펼쳐낼지 고민 중이라면,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아보시길 권합니다. 소리부터 시작해 미술 활동으로 마무리하는 흐름 하나만으로도, 수업이 꽤 달라질 것입니다.

 

봄날 교실 창가에 햇빛이 길게 들어오던 날이었습니다. 『벚꽃 팝콘』을 읽어주는데 한 아이가 갑자기 창문 밖을 가리키며 "진짜 팝콘 터진다!"하고 외쳤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들에게 벚꽂은 식물 이름이 아니라, 터지고 흩날리고 손에 잡힐 듯 지나가는 하나의 감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한동안 교실에서는 작은 종이만 떨어져도 아이들이 "벚꽂이다!"하며 웃었습니다. 책 한권이 끝났는데도 놀이와 언어가 아이들 안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그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배운 내용을 기억하는 수업보다, 계절을 자기 식으로 느껴보는 경험에 더 가까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책을 읽고 아이들과 진짜 벚꽂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보고 싶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벚꽃이 무슨 맛일 것 같아?", "벚꽂은 왜 이렇게 금방 사라질까?" 같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죠. 어쩌면 아이들에게 봄을 기억하게 만드는건 설명이 아니라, 그렇게 잠깐 멈춰 서서 계절을 바라보던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BsfoXMM1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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