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이스크림 걸음' 그림책 놀이 (걸음걸이, 놀이 확장)

by seulki87 2026. 5. 6.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 걸음!』을 처음 아이들과 펼쳤을 때, 그냥 그림책 하나 읽고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달팽이걸음 해볼까?" 한마디에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까지 몸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저자 박종진,그림 송선옥, 출판 소원나무, 발행 2018.05.25.

 

아이스크림 걸음 그림책 놀이, 순우리말 걸음걸이- 몸으로 익혀야 진짜가 된다

 

『아이스크림 걸음!』에는 총 12가지 순우리말 걸음걸이가 등장합니다. 종종걸음, 달팽이걸음, 게걸음, 깽깽이걸음, 노루걸음 등 이름만 들어도 어떤 동작일지 어렴풋이 상상이 되는 것들입니다. 제가 직접 수업에서 써봤는데, 아이들은 단어를 '읽는' 것보다 '몸으로 해보는' 순간 훨씬 빠르게 의미를 이해했습니다.

 

이 그림책의 핵심은 신체표현활동(physical expression activity)에 있습니다. 신체표현활동이란 언어나 문자가 아닌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개념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학습하는 교육 방식을 말합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언어만으로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처럼 몸을 활용한 학습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제가 수업에서 활용한 방식은 이렇습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먼저 걸음 이름 카드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각 걸음을 직접 표현해 보게 했습니다. "종종걸음은 어떻게 걸을 것 같아?" 하고 물으면 아이들이 발을 잘게 빠르게 내딛으며 걸어 보는 거죠. 그다음 그림책을 읽으면서 "지금 이 장면에서 주인공이 걷는 걸음이 뭐였지?" 하고 카드를 매칭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칭(matching)이라는 교육 기법이 자연스럽게 적용됩니다. 매칭이란 이미 학습한 개념과 새로운 상황을 연결 짓는 인지 활동으로, 반복 노출 없이도 기억 정착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엔 이 방식이 유아에게 너무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눈치 빠른 아이들은 그림 속 장면과 카드 이미지를 연결해 금방 찾아내더라고요.

 

『아이스크림 걸음!』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순우리말 어휘 습득과 신체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순우리말은 외래어나 한자어에 비해 아동의 언어 발달 초기에 더 직관적으로 습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국립국어원). 걸음걸이처럼 동작과 직결되는 단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이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효과적이었던 핵심 활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림책 읽기 전, 걸음 이름만 보고 직접 몸으로 표현해 보기
  • 그림책 읽는 도중, 장면에 해당하는 걸음 카드 매칭하기
  • 그림책 읽은 후,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새로운 걸음 이름 만들어 보기

 

그림책 놀이 확장, 교실을 움직임의 공간으로 바꾸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그림책은 읽고 덮는 순간 끝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책이 끝난 이후가 더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걸음!』의 경우, 그림책 후반부에 아이스크림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의적 표현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쌍쌍바 아이스크림은 어떤 걸음일까? 구구콘을 먹으면 어떤 걸음을 걷게 될까? 이런 질문 하나에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걸 직접 겪어봤습니다. 한 아이가 "쌍쌍바는 둘이 함께 걷는 걸음이요!"라고 외쳤을 때, 그 창의성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 활동이 유아 교육에서 중요한 이유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발달과도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아이가 걸음 카드를 고르면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저게 맞는 것 같아"라고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이 바로 메타인지가 작동하는 순간입니다. 교실에서 이 순간들을 관찰하면서 그림책 놀이가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교육적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신체 조절 능력(motor control)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신체 조절 능력이란 자신의 신체를 의도한 대로 정밀하게 움직이는 능력으로, 유아기에 기초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걸음처럼 옆으로 이동하거나, 깽깽이걸음처럼 한 발로 뛰는 동작들은 자연스럽게 균형 감각과 신체 조절 능력을 자극합니다. 한국유아교육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신체표현 중심의 그림책 활동은 유아의 대근육 발달과 자기 조절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그림책 놀이를 교실에서 확장할 때 제가 느낀 또 하나의 포인트는, 아이들이 '만드는 경험'을 할 때 참여도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빈 카드를 주고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그리고, 그 아이스크림에 어울리는 새로운 걸음 이름을 만들어봐"라고 하면 아이들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직접 그리고, 직접 걸어 봅니다. 그 과정에서 어휘력, 상상력, 신체 표현이 한꺼번에 자라납니다.

 

그림책 한 권이 교실을 움직임의 공간으로 바꾸는 경험, 직접 겪어보니 이것만큼 확실한 게 없었습니다.

『아이스크림 걸음!』은 앉아서 읽고 끝내기엔 너무 아까운 그림책입니다. 순우리말 걸음걸이를 몸으로 익히고, 그림책 속 장면에 카드를 매칭하고, 내 아이스크림에 새로운 걸음 이름을 붙여보는 이 흐름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수업이 됩니다. 그림책이 낯선 선생님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웃으며 몸을 움직이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수업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6O3v5bLTXM&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index=131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