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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모자' 그림책 놀이 (두려움, 감정 정리, 변신 모자 접기)

by seulki87 2026. 4. 27.

저자 리사 데이크스트, 그림 마크 얀센, 번역 천미나, 출판 책과콩나무, 발행 2024.11.25.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용기를 가르칠 때, 말로 설명하는 것과 직접 몸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남을까요? 저는 『용기 모자』 그림책 놀이를 아이들과 함께 해보면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용기 모자 그림책 놀이, 두려움을 꺼내기

 

『용기 모자』는 겁이 많은 주인공 메이스가 할아버지와 함께 신문지로 모자를 만들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되찾아 가는 그림책입니다. 메이스는 강아지의 짖는 소리, 창문 밖에서 번지는 빛, 어두운 계단 같은 일상의 장면들을 두려워합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감정들이어서인지, 저도 이 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때 예상보다 훨씬 깊이 공감이 갔습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용기 모자'가 마법 도구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용기는 모자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메이스의 마음속에 이미 있었음을 이야기는 조용히 보여줍니다. 이처럼 그림책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내재적 동기, 즉 외부 자극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에서 비롯된 행동 의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유아 정서 교육 측면에서 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내재적 동기란 외부의 보상이나 강요 없이 아이 자신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심리적 힘을 의미합니다.

 

유아기는 자아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인 만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직접 언어화하고 표현하는 경험이 정서 발달에 매우 중요합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저도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으며 "메이스는 무엇이 무서웠을까?", "용기 모자를 쓰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이 평소에는 잘 꺼내지 않던 말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하는 장면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나는 어두운 곳이 무서워요", "큰 소리가 나면 심장이 막 뛰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 깊은 이야기의 문을 열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신문지 한 장으로 시작하는 감정 정리

 

그림책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뒤에는 본격적인 조형 활동으로 넘어갑니다. 준비물은 신문지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신문지를 아이들에게 처음 나눠줄 때, 바로 접기로 들어가지 않고 잠깐 살펴볼 시간을 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어떤 사진이 있는지, 어떤 광고 문구가 있는지 소리 내어 읽어 보게 하면 아이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흥미롭게 반응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 짧은 도입 하나로 아이들의 집중도가 달라지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이후에는 모자 접기 전에 두 가지를 신문지에 적어 보게 합니다.

  • 내가 무서워하는 것 (장소, 사람, 동물, 물건 등 무엇이든)
  • 그것을 이겨내고 싶다는 마음, 또는 나만의 극복 방법

 

저는 치과를 아직도 무서워합니다. 치료받을 때 손을 꼭 잡아달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활동에서 아이들에게 먼저 제 이야기를 꺼냈더니, 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리면서 동시에 긴장을 풀고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교사가 먼저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심리적 안전감, 즉 아이가 틀리거나 이상하게 보일 것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세모 모자에서 베레모까지, 변신 모자 접기

 

기본 용기 모자는 신문지를 반으로 접은 뒤 위쪽 양 모서리를 삼각형으로 접어 내리고, 남은 아랫부분을 양쪽으로 한 번씩 위로 접어 올리면 완성되는 세모 모자입니다. 이 모자 자체가 완성형이 아니라, 이후 접기 방법을 추가하면서 여러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 활동의 묘미입니다.

 

접기 방법을 조금 바꾸면 왕관 모양의 왕 모자가 나오고, 뾰족한 부분을 아래로 한 번 더 접으면 해군 모자처럼 납작하고 넓은 형태가 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모서리 세 군데를 안쪽으로 끼워 넣으면 동그스름한 베레모, 일명 찐빵 모자가 됩니다. 베레모란 원래 챙이 없는 납작하고 둥근 형태의 모자로, 화가나 예술가와 연결된 이미지 때문인지 아이들은 이 모자를 쓰고 "나는 화가예요!"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변신 모자 접기는 단순한 종이접기 활동이 아니라 상징 놀이(symbolic play)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상징 놀이란 사물이나 행동을 실제와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 표현하는 놀이 형태로, 유아의 인지 발달과 창의적 사고력을 촉진하는 핵심 활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모자 하나로 왕도 되었다가 화가도 되었다가 박사님도 되는 과정 자체가 아이들의 내러티브 사고를 자극하는 경험이 됩니다.

 

모자를 쓰고 외치는 한마디, 역할놀이로 완성하기

 

모자가 완성되면 활동은 역할놀이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신문지에 적었던 두려움과 극복 방법을 소리 내어 읽어 봅니다. 한 명이 "치과 치료 이겨내자!"라고 외치면 나머지 아이들이 "파이팅!"으로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발표에 소극적이던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 아이들의 에너지가 가장 올라갑니다.

 

박사 모자를 그날의 활동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 아이에게 씌워주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모자가 작은 보상이자 칭찬의 상징이 됩니다. 사회적 강화(social reinforcement)라는 개념인데, 이는 물질적 보상이 아닌 인정과 관계를 통해 긍정적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스티커나 사탕 없이도 아이들이 충분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상징적 경험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 활동에서 유아 감정 교육의 핵심 요소가 고루 담겨 있습니다.

  • 감정 인식: 자신이 무서워하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기
  • 감정 표현: 그림책 이야기와 연결하여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기
  • 정서 조절: 모자를 쓰고 역할놀이를 통해 두려움에 상징적으로 맞서 보기
  • 사회적 공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화이팅!"으로 응원하기

이 네 가지가 하나의 활동 안에서 순서대로 연결된다는 점이 이 그림책 놀이의 진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움은 없애는 게 아니라 함께 데리고 걸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용기 모자』는 그 감각을 아이들이 몸으로 배우게 하는 그림책이고, 신문지 모자 접기 활동은 그 배움을 손끝까지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아이가 오늘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면, 신문지 한 장을 꺼내 함께 모자를 접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말보다 훨씬 많은 것이 그 시간 안에 담길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F7VPkqqIXY&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index=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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