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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전조작기, 선호도의 실제, 활용)

by seulki87 2026. 5. 19.

그림책을 고를 때 내용만 읽어보고 집어 드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앞에서 직접 펼쳐보니, 같은 이야기라도 그림에 따라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유아기(2~7세)에는 글보다 그림이 먼저 닿습니다.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해와 감정, 몰입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현장에서 몸소 확인하게 됐습니다.

 

복잡하게 묘사된 그림보다 핵심 특징이 잘 드러나는 그림

 

유아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이 먼저 닿는 시기, 전조작기란 무엇인가

 

유아가 그림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발달 단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지발달 심리학자 피아제(Jean Piaget)는 2~7세를 전조작기(preoperational stage)라고 정의했습니다. 여기서 전조작기란, 논리적 조작 능력이 완성되기 이전 단계로, 아이가 언어와 상징을 사용하기 시작하지만 아직 추상적 사고보다는 시각적·직관적 정보에 의존하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이 시기의 유아는 시지각(visual perception)을 통해 세계를 이해합니다. 시지각이란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를 뇌에서 의미 있게 해석하는 인지 과정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단순성(simplicity)이라는 지각 속성이 강하게 작동합니다. 단순성이란 대상을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형태로 파악하려는 인간의 지각적 경향으로, 복잡하게 묘사된 그림보다 핵심 특징이 잘 드러나는 그림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것도 이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선이 복잡하고 색이 칙칙한 그림책을 펼쳤을 때 아이들은 몇 장 넘기지 않아 관심을 잃었습니다. 반면 윤곽이 굵고 표정이 크게 표현된 그림에서는 "얘 지금 슬프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습니다. 글을 읽기 전에 그림으로 감정을 먼저 파악하는 것입니다.

 

비고츠키(Lev S. Vygotsky)의 사회문화적 이론도 여기서 중요한 맥락을 제공합니다. 비고츠키는 아동의 인지 발달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는데, 그림책을 읽으며 교사나 부모와 나누는 대화 자체가 유아의 언어 발달과 사고 확장을 동시에 자극합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아이들은 어떤 그림을 좋아할까, 선호도의 실제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직접 물어본 적 있으신가요? 국내외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대상으로 5~7세 유아와 그 어머니를 함께 조사한 연구 결과는 꽤 구체적입니다.

 

유아들이 선호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의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람 형태 표현: 따뜻하고 사실적인 느낌의 그림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 동물 형태 표현: 귀엽고 친근하게 묘사된 캐릭터에 반응이 집중되었습니다.
  • 의인화 표현: 유머러스하고 생동감 있게 의인화된 그림을 선호했습니다.
  • 표현기법: 입체감 있는 콜라주 기법이 높은 선호도를 보였습니다.
  • 질감 표현: 실제적이고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여기서 콜라주 기법이란 다양한 재료와 질감을 오리고 붙여서 화면을 구성하는 표현 방식으로, 색채가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보이는 특성이 있어 유아의 시각적 자극에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저도 『무지개 물고기』 같은 콜라주 계열의 그림책을 펼쳤을 때 아이들이 "반짝거린다", "만지고 싶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어머니들의 선호도 조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림책 구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내용(57.8%)을 첫 번째로 꼽았지만, 그 다음으로 그림(33.3%)을 고려한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내용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림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비율이 38.8%로 가장 높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내용과 그림이 서로 어긋나는 책은 아이들도 금방 어색함을 느끼더라고요.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유아의 선호도가 모두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밝고 단순한 그림에 몰입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 속 디테일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즐기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특정 스타일만이 좋은 그림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그림책 관련 자료에서도 다양한 표현 방식의 그림책을 고루 접하는 것이 유아의 심미적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교사는 그림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그렇다면 현장에서 그림책을 활용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저는 그림책을 고를 때 내용을 먼저 읽고, 그 다음 아이들이 그림만 보고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올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 봅니다. 이게 꽤 유효한 방법이었습니다. 텍스트 없이 그림만 넘겨봤을 때 감정의 변화나 상황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책은 아이들과의 이야기 나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의 시각적 문해력(visual literacy) 측면도 중요합니다. 시각적 문해력이란 그림, 도표, 이미지를 읽고 해석하며 자신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유아기에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을 접하는 것은 이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주는 과정입니다. 어떤 그림책에서 아이들이 "무슨 기분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던 것도, 돌이켜보면 그 그림책의 표현이 발달 수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의인화(personification) 표현도 현장에서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의인화란 동물이나 사물에 인간의 감정, 표정, 행동을 부여하는 표현 방식으로, 유아가 등장인물에 쉽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듭니다. 만화적이고 친근한 의인화 표현의 그림책은 읽고 나서 역할놀이나 따라 그리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림이 놀이의 출발점이 되는 셈입니다.

 

교사가 유아와 그림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그림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정답을 유도하거나 빠르게 넘어가는 것보다, 그림을 함께 오래 들여다보는 경험이 유아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훨씬 큰 영향을 줍니다.

 

그림책 한 권을 고를 때 일러스트레이션이 그 아이의 발달 수준과 맞닿아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내용이 좋아도 그림이 유아에게 닿지 않으면, 이야기는 아이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반대로 그림이 아이의 눈을 사로잡으면, 이야기는 훨씬 깊이 남습니다. 다음에 그림책을 고르실 때 표지 그림을 좀 더 오래 들여다보시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 https://daegu.dcollection.net/public_resource/pdf/000002424158_2026051917482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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