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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막대가 아니야' 그림책 놀이 (목소리 설정, 상상 놀이, 소감 나누기)

by seulki87 2026. 4. 29.

저자 김정희,앙트아네트 포티스, 그림 앙트아네트 포티스, 번역 김정희, 출판 베틀북, 발행 2008.06.01.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에 이 그림책을 아이들 앞에 꺼내 들고 '막대 하나로 뭘 한다는 거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과 책을 펼친 순간,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단순한 막대 하나가 교실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 줄은 몰랐거든요. 『이건 막대가 아니야』를 활용한 상상 놀이 활동을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나눠 봅니다.

 

이건 막대가 아니야 그림책 놀이, 목소리 설정이 상상력을 좌우합니다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 줄 때, 목소리 톤 하나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아시나요? 제가 직접 해보니 이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이건 막대가 아니야』에서 아기 돼지에게 누군가 "막대 조심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한 줄을 어떤 목소리로 읽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따뜻하고 걱정스러운 엄마 목소리로 읽으면 아이들은 편안하게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반대로 낮고 굵은 목소리로 읽으면 아이들은 곧바로 "늑대다!" 하며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목소리 설정'이란 낭독자가 이야기의 분위기와 캐릭터에 맞게 음량, 속도, 톤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실감 나게 읽는 것과는 다릅니다. 목소리에 지나친 캐릭터성을 부여하면 오히려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처럼 막대가 장면마다 다른 무언가로 변형되는 구조에서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다음 장면을 스스로 상상하고 예측하는 그 짧은 순간이 책 읽기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제로 진행했을 때는 "아기 돼지야, 막대 들고 뭐 해?"라는 질문을 매 장면마다 일관되게 반복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건 막대가 아니야!"를 따라 외치게 됩니다. 이렇게 반복적인 언어 패턴을 사용하는 방식은 유아 언어 발달 이론에서 말하는 '반복 노출(repetitive input)'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반복 노출이란 같은 언어 자극을 여러 번 경험하게 함으로써 어휘와 표현을 자연스럽게 내재화하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진행한 수업에서는 다음 주에 만난 아이들이 먼저 "이건 막대가 아니야!"를 외치며 달려온 적도 있었습니다.

 

막대 하나로 교실이 바뀌는 상상 놀이 활동

 

책을 덮고 나서 진짜 활동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이 도구를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혹시 막대 색깔이나 크기까지 신경 써 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같은 반 아이들에게 빨간색 막대를 나눠줬을 때와 노란색 막대를 나눠줬을 때 아이들이 표현하는 내용이 달랐습니다. 빨간색에서는 검이나 소방호스가 많이 나왔고, 노란색에서는 연필이나 마법 지팡이가 더 많이 등장했습니다. 막대의 길이나 두께도 마찬가지입니다. 짧고 가는 막대를 쥔 아이들은 연필이나 젓가락을 떠올리고, 길고 굵은 막대를 쥔 아이들은 야구 방망이나 청소 도구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 활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상징 놀이(symbolic play)'입니다. 상징 놀이란 실제 사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대신하는 사물로 놀이하는 능력을 말하며, 아이들의 인지 발달과 창의성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유아기의 상징 놀이 경험이 이후 추상적 사고력과 언어 표현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발달심리학에서 꾸준히 강조되어 온 내용입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활동을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을 함께 정했습니다. 막대를 들고뛰지 않기, 다른 친구를 향해 막대를 겨누지 않기 같은 기본 규칙입니다. 이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 자기 조절력을 기르는 경험이 되기도 했습니다.

 

막대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낚싯대, 마법 지팡이, 검처럼 그림책 속 장면을 그대로 따라 하는 표현
  • 야구 방망이, 골프채, 드럼 스틱처럼 아이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표현
  • 꽃, 핫도그, 청소기처럼 예상 밖의 엉뚱하고 창의적인 표현

제 경험상 이 세 번째 유형이 나올 때 교실 분위기가 가장 살아납니다. 어떤 여자아이가 막대를 바닥에 살짝 세워 놓으며 "꽃이요"라고 했을 때 처음엔 야유가 나왔지만, 그 옆 아이가 바로 "그럼 저는 핫도그요!"라고 외치면서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된 순간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활동 마무리와 활동지, 놀이 후 소감 나누기

 

활동이 끝난 뒤 그냥 자리로 돌아가는 것, 혹시 아쉬웠던 적 없으신가요? 저는 처음에 그 실수를 했습니다. 신나게 뛰어다니고 표현하고 나서 바로 다음 활동으로 넘어갔더니, 그 경험이 아이들 안에서 충분히 소화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반드시 마무리 소감 나누기 시간을 10분 정도 확보했습니다. "오늘 활동에서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 "다음에는 어떻게 해보고 싶어?" 같은 질문을 던지면, 처음에는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수준의 단답형 대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소감 나누기를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아이들의 언어 표현력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낚싯대 흉내 낼 때 진짜 물고기가 잡힐 것 같았어요"처럼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문장이 나오기 시작하거든요.

 

이러한 '메타인지적 반성(metacognitive reflection)'은 경험 학습 이론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입니다. 메타인지적 반성이란 자신이 무엇을 경험하고 느꼈는지를 언어로 되짚어 봄으로써 학습이 내면화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유아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언어화 작업이 창의적 사고력과 자기 표현력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창의교육학회).

 

활동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마무리 방법입니다. 그림책 속 장면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막대가 변신한 모습'을 직접 그려 보는 활동지를 만들면, 손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상상력이 한 번 더 확장됩니다. 활동지의 마지막 칸은 일부러 비워 두어서 그림책에 나오지 않은 나만의 변신을 자유롭게 그리도록 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우주선을 그렸고, 어떤 아이는 엄마의 밀대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 한 장 한 장이 아이들의 세계를 엿보는 창처럼 느껴졌습니다.

 

막대 놀이를 막대 2개, 모둠원 수만큼으로 확장하는 활동도 연령대에 따라 충분히 응용해 볼 수 있습니다. 초등 고학년 이상이라면 막대를 활용한 즉흥극 한 장면 구성도 가능합니다. 놀이의 폭이 넓어질수록 아이들의 협력과 소통 능력도 함께 자라납니다.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 많은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한 경험이었습니다. 『이건 막대가 아니야』를 아직 활용해 보지 않으셨다면, 일단 막대 하나만 준비해 보시길 권합니다. 정답 없이 아이들이 스스로 펼쳐내는 상상의 힘을 보고 나면, 다음엔 어떤 그림책을 꺼내볼지 더 설레게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W7iWZYjUU4&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index=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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