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습니다. 책 내용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는 믿음이었죠. 그런데 『이 세상 최고의 딸기』를 아이들과 함께 오감으로 경험해 본 뒤,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림책은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가 시작되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이 세상 최고의 딸기 그림책 놀이, 그림책 한 권이 오감 탐색 활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일반적으로 그림책 활동이라고 하면 "읽어주고 감상 나누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특히 유아기 아이들에게는 언어보다 감각이 먼저 작동하거든요.
『이 세상 최고의 딸기』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합니다. 딸기를 한 번도 본 적 없던 하얀 곰이 딸기를 기다리고, 받고, 점점 많아지면서 처음의 기쁨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곰은 이렇게 말하죠. "딸기가 많아질수록 기쁨이 줄어들어." 이 문장이 아이들에게 그냥 지나가는 말이 되지 않으려면, 아이들이 그 감각을 몸으로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기 전에 실제 딸기를 꺼냈습니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오감 탐색(sensory exploration) 방식입니다. 오감 탐색이란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청각 등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대상을 직접 경험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딸기를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반으로 잘라 속을 살폈습니다. "씨가 밖에 있어요!", "달콤한 냄새가 나요!" 제가 설명하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발견한 것들이었습니다. 이 순간이 그림책 속 곰의 감정과 맞닿는 지점이었습니다.
오감 탐색 활동이 그림책 이해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실 수 있는데, 유아기 감각 경험과 언어 발달의 연관성은 연구로도 뒷받침됩니다. 영유아의 감각 통합 경험이 인지 발달과 언어 표현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아이들의 상상력을 끌어내는 그림책 확장 놀이
제가 직접 해봤는데, 예상 밖이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딸기는 어떤 딸기일까?"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의 대답이 이렇게 다양할 줄 몰랐습니다.
- "엄청 큰 딸기요!"
- "하트 모양 딸기요!"
- "무지개 색 딸기요!"
- "얼굴 있는 딸기요!"
하나같이 어른이 떠올리기 어려운 답이었습니다. 이 과정이 바로 그림책 놀이에서 말하는 창의적 표현력(creative expression) 발달의 핵심입니다. 창의적 표현력이란 아이가 자신의 내면 이미지를 언어, 신체, 조형 등 다양한 매체로 밖으로 꺼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후에는 빨간 종이와 점토를 활용해 자신만의 딸기를 만들어 보는 조형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떤 아이는 얼굴이 그려진 딸기를 만들었고, 어떤 아이는 별 모양 씨앗을 붙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몸을 쓰는 활동이 추가될 때 아이들의 집중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집니다.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몰입이 생깁니다.
그림책 활동에서 조형 활동으로의 확장은 유아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통합적 교수법(integrated teaching approach)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통합적 교수법이란 언어, 미술, 신체, 사회 등 여러 영역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해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교수 방식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도 놀이 중심, 아이 주도 경험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처럼 그림책을 출발점으로 삼는 활동은 그 방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출처: 교육부 누리과정 포털).
딸기 한 알에 고마움을 담는 감사 표현 활동
그림책의 후반부에서 곰은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딸기가 많아질수록 기쁨이 줄어들었다면, 적을수록 많아지는 것은 무엇인가? 저는 이 질문이 아이들보다 어른에게 더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장면을 활용해 저는 감사 표현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딸기 모양으로 접은 종이 안에 고마운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는 활동입니다. 종이를 딸기 형태로 접고, 잎을 만들어 씌우고, 지끈으로 묶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소근육 발달(fine motor development) 활동이기도 합니다. 소근육 발달이란 손가락과 손목 등 작은 근육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능력의 성장을 의미하며, 이 시기 아이들에게 접기, 자르기, 묶기 같은 활동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이들은 "엄마한테 줄 거예요", "선생님 드릴 거예요"라고 말하며 진지하게 글을 적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하고 집중된 시간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사 표현 활동은 도덕 수업처럼 딱딱하게 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림책이라는 감성적 맥락 안에서 진행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감정을 연결합니다. 제가 직접 해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핵심적으로 이 활동이 효과적이었던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림책 → 오감 탐색 → 조형 활동 → 감사 쓰기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이들의 몰입을 유지시켰습니다.
- 딸기라는 친숙한 소재가 활동과 이야기 사이의 거리를 좁혀 주었습니다.
- 완성된 딸기 종이를 직접 전달하는 경험이 감사의 감정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해 주었습니다.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 많은 것과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솔직히 저는 교사가 되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봄이 되면 딸기가 어울린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딸기 하나가 아이들의 감각을 깨우고, 상상을 자극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건 직접 해보지 않으면 믿기 어렵습니다. 『이 세상 최고의 딸기』를 아직 아이들과 함께 펼쳐보지 않으셨다면, 딸기 한 알을 곁에 두고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책을 다 읽은 뒤 아이가 "세상 최고의 딸기"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VEWQneETc&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index=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