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지식 그림책 (단행본, 전집 vs 시리즈, 어떻게 읽어줄까)

by seulki87 2026. 4. 13.

 

그림책이라고 하면 으레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동물 그림책을 펼쳤을 때, 이야기보다 정보를 담은 책에 아이들이 훨씬 더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 동물은 왜 이렇게 생겼어요?"라고 눈을 반짝이던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식 그림책이란 무엇인가, 단행본으로 봐야 하는 이유

 

지식 그림책, 혹은 정보 그림책이란 정보와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을 말합니다. 여기서 정보 그림책이란 동물, 자연, 과학, 수학, 사회, 문화, 인물 등 다양한 주제를 그림과 글로 함께 담아낸 책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설명문을 그림으로 채운 것이 아니라, 창작 그림책 못지않게 작가의 개성과 예술성이 강하게 담긴 책들도 많습니다.

제가 직접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읽어봤는데, 백과사전 형식의 지식 그림책과 이야기 형식의 지식 그림책에 아이들이 반응하는 방식이 꽤 달랐습니다. 백과사전 형식은 정보 밀도가 높아 읽어주기가 다소 버거운 반면, 이야기 속에 정보가 녹아 있는 구조의 책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하면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단행본 지식 그림책을 선택했을 때 눈에 띄는 장점이 있습니다.

  • 그림 작가와 글 작가가 책마다 다양하여 같은 주제라도 전혀 다른 시각과 표현 방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판형(책의 크기와 형태)이 제각각이라 병풍처럼 펼쳐지는 책, 책 속의 책 구조, 실제 크기 비교가 가능한 책 등 형식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원하는 주제의 책만 골라 구입할 수 있어 경제적입니다.

여기서 판형이란 책의 물리적인 크기와 제본 방식을 뜻하는 출판 용어로, 지식 그림책에서는 판형 자체가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진짜 나타났다』처럼 실제 동물의 크기를 그대로 담은 책은 판형이 크면 클수록 아이의 체험 효과가 커집니다. 아이와 함께 "북극곰 발이 우리 아기 얼굴보다 크네!" 하고 비교해 보는 것, 그게 바로 이 형식이 주는 힘입니다(출처: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전집 vs 시리즈, 어떻게 활용할까

 

지식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전집으로 사야 하나요, 아니면 낱권으로 사야 하나요?" 이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저는 둘의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전집이란 출판사가 기획한 일정한 시리즈를 한 세트로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전집의 가장 큰 강점은 한 권씩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아직 어떤 주제를 좋아하는지 모를 때, 전집은 아이의 관심사를 탐색하는 도구로 꽤 유용합니다. 실제로 제가 유치원에서 자연관찰 전집을 아이들에게 펼쳐줬을 때, 유독 북극곰 페이지에서 오래 머무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북극곰 단행본을 따로 권해줬더니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반면 시리즈물은 전집과 구분됩니다. 시리즈란 같은 기획 아래 출간된 책들이지만 낱권으로도 구입이 가능한 형태를 말합니다.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는 부담 없이 아이의 관심사에 맞게 한 권씩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신기한 스쿨버스』가 대표적인 지식 그림책 시리즈의 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전집을 먼저 사고 나서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의 단행본을 추가로 구입하는 방식이 실제로 효과적이었습니다. 전집이 씨앗 역할을 하고, 단행본이 그 씨앗을 키우는 물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독서 발달 측면에서도, 아이가 같은 주제를 다른 형식과 다른 작가의 시선으로 반복해서 접하는 것은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지식 그림책, 어떻게 읽어줄까

 

혹시 지식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이거 뭐였지? 기억해?"라고 물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확인하는 질문을 하는 순간, 아이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리는 걸 제가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림책 읽기가 시험처럼 느껴지는 거죠.

지식 그림책 읽기에서 핵심은 확인 질문이 아니라 공감 질문입니다. 여기서 확인 질문이란 "북극곰은 뭘 먹는다고 했지?"처럼 기억 여부를 점검하는 질문이고, 공감 질문이란 "북극곰이 이렇게 추운 데서 산다니, 너는 추운 게 좋아 더운 게 좋아?"처럼 아이의 경험과 연결하는 질문입니다. 이 차이가 아이가 다음에 또 그 책을 꺼내느냐, 아니냐를 가릅니다.

독후 활동(독서 후 이루어지는 연계 활동)도 생각보다 가볍게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음식 재료를 다루는 그림책을 읽었다면 그날 저녁 식탁에서 "이게 뭐로 만들어진 거야?"를 함께 찾아보는 것, 문에 관한 그림책을 읽었다면 외출하면서 "이건 회전문이네, 이건 미닫이문이네" 하고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아이들은 이런 작은 연결을 오히려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읽기 확장의 방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전집에서 아이가 유독 관심 보이는 주제를 발견한다.
  • 그 주제와 관련된 단행본이나 시리즈물을 추가로 찾아 읽는다.
  • 같은 주제의 창작 그림책도 함께 읽으며 사실과 상상의 차이를 경험하게 한다.
  • 책에서 만난 주제를 일상 속 실물과 연결하는 활동으로 이어간다.

이런 식으로 읽기를 확장해 나가면, 지식 그림책과 창작 그림책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아이의 독서 스펙트럼이 넓어집니다. 이 과정을 기록해두면 소위 그림책 거미줄, 즉 아이의 관심사가 책과 책 사이를 어떻게 연결해 가는지 눈에 보이는 지도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지식 그림책의 가치는 정보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아이가 세상에 대해 스스로 궁금해하도록 만드는 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책이 좋은지 고민하기 전에, 지금 우리 아이가 무엇에 눈을 반짝이는지를 먼저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그 관심사에서 출발하면, 전집이든 단행본이든 시리즈든 어떤 형태의 지식 그림책이든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M7tFU0GM_g&t=7s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