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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그림책 놀이 (변형 놀이, 안무 활동)

by seulki87 2026. 5. 1.

그림책 한 권 읽고 나서 "자, 이제 뭐 하지?" 싶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들이 금세 흥미를 잃고 돌아다니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춤』이라는 그림책을 활용한 나무젓가락 놀이를 접하고 나서, 그림책 이후 활동을 어떻게 연결하면 좋을지 방향이 보였습니다. 좁고 길쭉한 특이한 판형에 젓가락 두 개가 움직이는 것만으로 '춤'을 표현한 그림책인데, 사전 활동부터 마무리까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세경 저자(글) · 이세경 그림/만화 반달(킨더랜드) · 2018년 11월 28일

 

춤 그림책놀이, 나무젓가락 하나로 시작하는 상상 변형 놀이

 

수업 전에 아이들에게 나무젓가락 하나씩 나눠주고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게 지금 뭐처럼 보여?" 그런데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풍부했습니다. 귀이개, 지휘봉, 마법 지팡이, 젓가락질 연습용 도구까지 나왔고, 한 아이는 낚싯대라고 우기면서 낚시 흉내를 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사물을 다른 것으로 바꿔 상상하는 활동을 상징적 사고(symbolic thinking)라고 합니다. 여기서 상징적 사고란 눈에 보이는 사물을 다른 무언가로 대체해 생각하는 인지 능력으로, 유아기 언어 발달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의 기초가 됩니다.

 

이 활동이 단순한 놀이처럼 보여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젓가락을 올바르게 쥐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소근육 운동(fine motor skill)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소근육 운동이란 손가락이나 손목처럼 작은 근육군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뜻하며, 이후 글씨 쓰기, 도구 사용, 자기 조절 능력과 깊이 연결됩니다. 실제로 젓가락 한 번 사용할 때 30개의 관절과 60개의 근육이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점은 뇌 발달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수치입니다. 유아기 소근육 발달이 학습 준비도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이 시기의 신체 활동이 인지 발달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젓가락 두 개로 활동을 확장하면 표현의 폭이 더 넓어집니다. 두 개를 가지고 난타 흉내를 내거나, 썰매를 타는 동작을 하거나, 지휘자처럼 허공에 리듬을 그리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 단계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이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느낌이 확실히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단순히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아이디어를 꺼내기 시작하거든요.

 

사전 활동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젓가락 하나를 나눠주고 아이 스스로 상상하게 먼저 기다릴 것
  • 교사가 시범 2~3개만 보이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주도하도록 유도할 것
  • 두 개로 확장할 때는 난타, 썰매, 지휘 등 동작 범주를 다양하게 제시할 것

 

음악과 리본으로 연결되는 젓가락 춤 안무 활동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틀어줬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느린 클래식 음악에는 젓가락을 천천히 흔들며 발레 동작처럼 움직이던 아이가, 빠른 비트의 음악으로 바뀌자마자 마치 난타 공연을 하듯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도구인데 음악만 바꿨을 뿐인데 아이들의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눈앞에서 보면서, 음악이 신체 표현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런 활동은 유아 신체 표현 교육에서 말하는 창의적 동작(creative movement)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창의적 동작이란 특정 동작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나 이미지 등 외부 자극에 반응해 아이 스스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서 정서 표현력과 자기 인식 능력을 함께 키우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내 누리과정의 예술 경험 영역에서도 신체를 통한 창의적 표현을 핵심 내용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누리과정).

 

젓가락에 분홍색 리본을 달아서 아이들에게 주면 활동의 질이 확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리본 하나가 추가됐을 뿐인데, 아이들이 공중에 리본을 띄워 원을 그리거나 파도처럼 물결치게 하면서 리듬체조 선수처럼 움직였습니다. 이걸 보면서 도구 하나가 표현의 한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1~2분짜리 짧은 안무를 직접 구성하게 하면, 아이들 간에 자연스러운 협의와 조율 과정도 일어납니다. 이 과정이 바로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을 실제 활동 속에서 경험하는 장면입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이란 타인과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며 관계를 맺는 일련의 과정으로, 유아기에 형성되는 또래 관계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무리 활동으로 젓가락 봉투에 짝꿍에게 쓰는 응원 메시지를 담아 교환하는 것도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같이 땀 흘리며 활동한 친구에게 "오늘 멋졌어", "같이 해서 즐거웠어" 한 줄 적어 건네는 것,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많이 남는 경험이 됩니다.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춤』 활동을 통해 다시 확인했습니다. 사전 활동으로 몸을 풀고, 그림책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음악과 리본으로 표현을 확장한 뒤, 친구에게 메시지를 건네며 마무리되는 이 흐름은 어느 한 단계도 억지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또 해요"라고 말할 때가 수업이 잘 됐다는 신호라고 생각하는데, 이 활동은 그 기준을 충분히 넘겼습니다. 그림책 이후 활동 연결이 고민이라면, 도구를 하나 쥐여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z6eQxDql5s&list=PLYL5HwiWwpBJx8DUDqZ_fbmYC_bHdqH1_&index=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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